‘유령당원’에 납작 엎드린 與

  • 입력 2006년 1월 11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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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배기선 사무총장(가운데)이 10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 당비대납사건과 관련해 서울 영등포구 당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철저한 조사와 관련자의 검찰 고발 및 개선책 마련 등을 약속했다. 김재명 기자
열린우리당 배기선 사무총장(가운데)이 10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 당비대납사건과 관련해 서울 영등포구 당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철저한 조사와 관련자의 검찰 고발 및 개선책 마련 등을 약속했다. 김재명 기자
열린우리당은 10일 서울 관악구 봉천본동에서 노인 156명이 자신도 모르게 열린우리당 기간(基幹)당원으로 등록돼 매달 1000∼2000원의 당비가 예금통장에서 빠져나간 ‘유령 당원’ 논란에 대해 관련자들을 검찰에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열린우리당은 다른 지역에서도 이 같은 사례가 더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16개 시도당에 중앙당 당직자를 파견해 특별 당무감사에 착수했다.

실제로 이날 인천 연수구에 사는 이모(36) 씨는 본보에 전화를 걸어와 “지난해 8월 인척의 부탁으로 계좌번호와 인적사항을 알려 줬는데 1만2000원이 통장에 입금된 뒤 매달 2000원씩 자동 인출됐다”고 밝혔다.

열린우리당은 자체 조사결과 5월 지방선거에 관악구 지역에서 출마하려는 모 후보자가 당내 경선에서 투표권을 행사하는 기간당원을 확보하기 위해 마구잡이로 당원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기간당원제는 월 2000원의 당비를 6개월 이상 낸 당원에 한해 당내 공직 후보자 경선에서 투표권을 주는 제도. 열린우리당은 5월 지방선거 출마자 경선에 투표권을 행사할 기간당원을 지난해 8월까지 모집했다.

이 같은 제도 때문에 지방선거 출마 희망자들은 경쟁적으로 기간당원 모집에 나서 지난해 5월 15만 명 선이던 기간당원이 입당 마감 시한인 지난해 8월 31일에는 45만 명까지 늘어났다.

기간당원제는 유시민(柳時敏) 의원을 비롯한 개혁당파가 적극 주장해 도입됐다. 그러나 마구잡이 당원 모집의 폐해가 지적되면서 열린우리당은 지난해 말 모든 공직 후보를 일반 국민 50%, 기간당원 30%, 일반 당원 20%가 각각 참여하는 국민참여경선제로 선출하기로 당헌당규를 바꿨다.

배기선(裵基善) 사무총장은 10일 이번 사건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국민과 모든 당원에게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열린우리당은 경선 후보자 전원에게서 일정한 공탁금을 받았다가 불법행위가 없었음이 확인된 뒤에 돌려주는 ‘클린 선거공탁금제’를 신설해 운영하기로 했다.

한편 김근태(金槿泰) 의원은 당 홈페이지에 띄운 글에서 “맨 처음 허위대납 사례를 적발했을 때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했다”며 일정 시점에 전 당원의 당원 자격을 정지한 뒤 이들에게 가입 의사를 재확인할 것을 주문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1일 열린우리당 지도부와의 만찬 간담회에서 이번 사건이 기간당원제의 정신을 훼손할 우려가 있고, 정치 개혁과 정당 개혁을 후퇴시키는 중대한 사안인 만큼 엄중히 대처해야 한다는 뜻을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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