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법원 판결도, 국회 의결도 무시한 행자부

  • 입력 2005년 10월 8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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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자치부가 법원 판결과 국회 의결까지 무시하고 2000년과 2004년 총선 때 낙천·낙선운동을 벌였던 일부 시민단체에 정부 예산을 또 지원했다. 환경운동연합, 민족예술인총연합 등 당시 총선시민연대에 참여한 7개 단체에 올해 3억1200만 원을 지급한 것이다. 최근 3년간 지원액을 합하면 15억2400만 원에 이른다.

대법원은 지난해 4월 총선연대의 낙천·낙선운동 등 선거 관련 활동을 ‘불법’이라고 판결했다. 국회 예산결산특위는 이를 근거로 그해 12월 ‘정부는 총선연대 참여 단체들에 지원금을 지급해서는 안 된다’고 의결했다. 그런데도 행자부는 이들 단체에 거액을 지원함으로써 불법 선거운동을 단속해야 할 주무 부처가 오히려 불법을 조장한 셈이 됐다.

이들 시민단체에 대한 행자부의 지원은 ‘비영리 민간단체 지원법’에도 저촉된다. 이 법 2조는 ‘특정 정당 또는 선출직 후보를 지지·지원할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한 단체’에는 지원금을 주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총선연대가 고른 낙선 대상자는 한나라당 100명, 민주당 52명, 자민련 24명, 열린우리당 10명으로 대부분 야당 후보들이었다. 행자부의 지원금 지급은 총선연대 중심단체들의 낙천·낙선운동에 대한 보은(報恩)의 성격이 짙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행자부가 올해 비영리 민간단체에 지원한 예산은 총 99억 원이다. 행자부는 “이들 단체가 추진 중인 프로젝트가 타당할 경우 지원해 준다”고 했지만 어떤 단체건 정부의 지원을 받게 되면 프로젝트의 방향이나 내용 면에서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현 정부 들어 정부 지원을 받고 있는 많은 시민단체는 성향이나 인적 구성에서 권력 측과 매우 가깝다. ‘홍위병’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권력과 유착됐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일부 시민단체에 국민의 혈세가 줄줄 흘러들어가게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 이미 지급된 돈도 회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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