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납북자 송환 요구하겠지만 주고받기는 안해”

  • 입력 2005년 10월 6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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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향 장기수 북송과 납북자 및 국군포로 송환에 대한 정부의 공식 입장은 ‘두 가지 문제를 연계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22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장기수 송환 문제에 대해 “상호주의 원칙을 적용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국군포로, 납북자 문제가 걸려 있어서 함께 고려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봉조 통일부 차관은 5일 납북자가족모임 최성용(崔成龍) 대표 및 귀환 납북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납북자 송환을 북한 당국에 당당하게 요구하겠다”고 밝혔으나 “장기수 북송과 납북자 송환 문제를 연계해야 한다”는 최 대표의 촉구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정 장관과 이 차관의 발언을 종합해 보면 정부는 납북자 및 국군포로 송환과 장기수 북송을 연계해 북한을 압박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문제를 둘러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9년 2월 당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북측의 장기수 송환 요구에 대해 “우리 역시 북한에 있는 국군포로나 납북자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바라고 있는 만큼 국민의 의사를 무시하고 행동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실현되지 못했다. 2000년 9월 2일 장기수 63명이 판문점을 통해 북송됐지만 그때까지 남북장관급회담이나 적십자회담에서 납북자나 국군포로 송환 문제가 구체적으로 논의된 적은 없었다.

그 다음 날 김 전 대통령은 방송 3사와의 기자회견에서 “이번 장기수 송환이 납북자 및 국군포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뀐 지금까지 성과는 없다. 지난달 평양에서 열린 남북장관급회담에서도 납북자 및 국군포로 생사 확인 문제는 적십자회담에서 계속 논의하기로 하는 데 그쳤다.

이에 대해 정부는 ‘북한에 강제로 끌려간 납북자의 존재 자체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려 들지 않는 북한의 완강한 태도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현실론’을 편다.

그러나 정부가 장기수들을 모두 북송하고 나면 북측과의 협상에서 납북자 문제를 꺼낼 지렛대가 아예 없어지고 만다는 게 납북자 관련 단체들과 야당의 논리다.

귀환 납북자 이재근 씨는 5일 기자 간담회에서 “정부가 장기수 북송의 근거로 드는 인도주의는 왜 북한에 적용이 안 되느냐”면서 “정부가 북한에 끌려 다니고만 있다”고 비판했다.

통일부와 국방부에 따르면 6·25전쟁 후 납북자는 485명이며 북한에 생존해 있는 국군포로는 546명이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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