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복(公僕)들의 ‘제 식구 살리기’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징계를 받은 공무원의 절반가량이 소청 절차를 통해 징계 수위가 낮아진 것으로 드러나 소청심사가 ‘비리 공무원 봐주기’가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소청심사위는 중앙인사위원회 소속 기관으로 심사위원장(차관급)과 4명의 심사위원(1급)이 모두 공무원이다.
소청심사위가 5일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에 제출한 자료 등에 따르면 올 상반기 징계를 받은 공무원 중 306명이 소청을 제기해 이 중 149명(48.7%)의 징계가 취소되거나 처벌 수위가 낮아졌다.
소청심사에서 징계 수위가 낮아지거나 취소되는 비율은 2003년 20.8%→2004년 39.1%→올 상반기 48.7%로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2002년부터 올 6월 말까지 파면이나 해임 등 중징계를 받은 뒤 소청을 제기한 공무원 807명 가운데 34.4%(278명)의 징계 수위가 정직 이하로 내려가 모두 복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징계 처분의 객관적 근거에 별 문제가 없는데도 소청심사위가 ‘정상(情狀)을 참작’하면서 징계 수위가 낮아진 것.
심사위원들은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 △장기간 성실하게 근무했다 △표창을 받았다 △징계 받은 사실이 없다는 점을 정상 참작의 이유로 들었다.
‘청탁인과의 관계로 미뤄 청탁을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범행에 적극 가담하지 않았다’ ‘이미 형사처벌을 받았다’는 이유도 있었다.
소청심사위 관계자는 “징계 받은 공무원을 심사 과정에서 직접 만나면 측은한 생각이 들어 정상을 참작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때문인지 파면이나 해임 등 중징계를 받은 공무원은 대부분 소청을 제기한다”고 말했다.
하종대 기자 orionha@donga.com
:소청(訴請)심사제도:
공무원이 징계 등 불이익 처분에 이의를 제기하면 이를 심사하고 결정하는 행정심판제도의 일종. 심사 대상은 파면 해임 정직 감봉 견책 등 징계처분이나 휴직 직위해제 면직 전보 등이다. 공무원이 복직이나 봉급을 요구할 때도 소청을 낼 수 있다. 공무원은 처분 사유를 설명 들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소청을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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