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는 사이에 정부 홍보의 ‘고객’이 되었다?

  • 입력 2005년 9월 24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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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개 중앙행정기관이 1250만 명에게 수시로 정부 정책을 홍보하는 e메일을 보내고 있으며, 특히 18개 정부 중앙부처는 이 중 670여만 명의 e메일 주소 등 개인정보에 등급을 매겨 상시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정홍보처가 23일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한나라당 김충환(金忠環) 의원에게 제출한 ‘정책고객서비스 통합관리시스템 현황’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7월 말 현재 18개 부처가 확보한 정책 홍보 대상자는 △기본고객 58만1408명 △특정고객 63만7572명 △연계고객 550만2618명 등이다.

기본고객은 각 부처 홈페이지의 ‘e메일 클럽’에 자발적으로 가입한 회원이고, 특정고객은 각 부처 정책과 연관된 오피니언 리더, 연계고객은 각 부처 산하기관이나 협회 등이 확보하고 있는 일반 시민을 뜻한다.

정부 각 부처는 e메일을 통해 고객 등급에 따라 각종 정책 자료를 차등적으로 제공하거나 온라인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있다는 것.

18개 부처 중 교육인적자원부가 가장 많은 159만4735명의 리스트를 확보하고 있으며, 이어 과학기술부(133만7162명) 산업자원부(88만8846명) 보건복지부(75만1091명) 순으로 많았다.

김 의원은 “정부가 본인 동의 없이 e메일 주소를 확보해 무작위로 정책 홍보를 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또 “국정홍보처가 정당과 시민단체 등의 자유게시판과 주요 사이트의 댓글 등을 수집해 성향 분류를 할 수 있는 ‘사이버 경보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어 통신비밀보호권 침해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국정홍보처는 4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18개 정부 중앙부처를 포함한 43개 중앙행정기관이 모두 1250만 명의 ‘정책고객’ 명단을 확보해 e메일로 정책 자료나 뉴스레터 등을 보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국정홍보처 관계자는 1250만 명이란 숫자와 관련해 “각 행정기관이 정책고객 리스트를 독자적으로 관리하고 있는데 행정기관 간에 중복된 고객이 상당히 있을 수 있으며 허수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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