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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6월 22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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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 세대 이념의 이동
박길성(朴吉聲·사회학) 고려대 교수는 ‘권력 이동: 신화와 현실’이라는 발표문에서 “노무현 정부의 주류 교체 시도가 예전에 주류로 간주되는 모든 것을 대체하려는 ‘판 바꾸기’로 진행되지만, 그 주류 교체의 방식이 주변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중심을 없애는 것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또 “세대교체는 중앙 지향이 아니라 분산 발전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권력의 구조변화를 가져오고 있는 반면 이념적 측면에서는 진보주의적 명목 위에 보수주의적 실제가 늘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실제적 권력 이동은 장차관이 아니라 청와대 참모진과 각종 위원회, 국회의원에서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현 정부 고위직의 평균 연령을 보면 장관은 56.5세, 차관은 53.5세인 반면 청와대 참모진은 50.8세다. 40대의 비율도 장관은 1명도 없고, 차관은 1명인 반면 청와대 참모진은 47.6%에 이른다. 17대 국회의원 중 30, 40대 비율이 45.9%를 차지하고, 전체 의원 중 25%가 운동권 출신이거나 그런 성향이란 분석도 이를 뒷받침한다.
김선혁(金善赫·행정학) 고려대 교수는 ‘권력 이동의 국제 비교’라는 발표문에서 “미국의 신보수주의자(Neo-conservative)들의 집권에는 50년의 준비기가 있었고, 중국의 개혁개방주의자들의 권력 이동 완료에는 35년의 세월이 필요했던 반면 한국의 386세대는 1987년 민주적 이행 이후 15년 만에 권력을 잡았다”고 지적하며 386세대의 국가전략 부재를 비판했다.
김 교수는 “386세대는 권력은 획득했으나 비전과 현실적 대안 생산능력이 심각하게 결여돼 늘상 ‘차용의 정치’를 통해 기존질서와 타협하다 보니 ‘정서적 급진과 보수적 실천’의 기묘한 결합이 이뤄진다”고 지적하고, “시민사회의 담론장을 압도할 수 있는 주도적 국가비전과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국가전략을 제시할 역량 배양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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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상징문화의 이동
전상인(全相仁·사회학) 한림대 교수는 ‘지식권력은 이동 중?’이라는 발표문에서 미셸 푸코의 ‘진리 레짐(regime of truth·어떤 진술을 진리로 받아들이게 하는 담론체계)’ 개념을 원용해 한국의 지식권력이 ‘냉전·산업화 레짐’에서 ‘광주·민주화 레짐’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 교수는 “광주·민주화 지식 레짐이 냉전·산업화 지식 레짐을 비판하고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에는 분명 일리가 있다”면서도 광주·민주화 레짐은 △폐쇄성과 낙후성 △반지성주의 △저(低)도덕성과 비(非)진정성의 문제를 지니고 있다고 비판했다.
폐쇄성과 낙후성으로 인해 민족주의를 최고의 가치로 내세우는 헤겔의 악령과 평등지상주의를 앞세우는 마르크스의 유령이 우리 학문세계를 지배하기 시작했다는 게 전 교수의 진단이다.
전 교수는 또 “여론조사나 국민투표를 통해 진리를 선택하는 반지성주의 시대가 우리 목전에 펼쳐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 교수는 진보·좌파 지식인 집단의 일부가 정치적 지배세력과 ‘동업자 정신’에 매몰돼 그들의 특권에 침묵하고 그들의 반칙을 묵인하는 작금의 태도를 저도덕성과 비진정성이라고 질타했다.
이남호(李南昊·국문학) 고려대 교수는 ‘상징권력의 이동’이라는 발표문에서 한국사회의 지식, 취향, 생활양식을 규정하는 상징권력의 이동으로 △동아리→싸이월드 △백과사전→지식검색사이트 △주택복권→로또 △부자→웰빙 △킹카→얼짱 △사장→CEO의 예를 들어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에 대해 “절제와 기다림, 성숙과 현명함 그리고 논리와 인문학적 사유 등을 바탕으로 한 전통적인 규범과 질서가 파괴된 자리에 조야한 아마추어리즘과 분주한 상업주의가 피어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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