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日동맹’ 벗어난 등거리외교 꾀하나

  • 입력 2005년 3월 23일 18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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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국 일본의 3각 동맹을 비롯한 동북아시아 정세에 미묘한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동북아의 기본 틀에 관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노 대통령은 22일 육군3사관학교 임관식에서 “앞으로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동북아의 세력판도는 변화될 것”이라며 동북아 균형자로서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는 취임 초 화두였던 ‘동북아 중심국가’와는 기본 개념부터 다른 것.

노 대통령은 2003년 2월25일 취임사에서 “한반도는 동북아의 물류와 금융의 중심지로 거듭날 것”이라고 선언했다. 취임사에는 ‘동북아’란 단어가 18번이나 나온다. 노 대통령은 동북아의 인구와 경제규모가 갖는 중요성을 열거하면서 동북아 시대의 도래를 역설했다. 당시 뜨거운 논란을 불렀던 ‘자주외교’ 노선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 한 외교안보 전문가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2003년 4월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회가 출범했으나 이는 곧바로 중국과 일본의 반발에 부닥쳤다. 한국이 동북아에서 새로운 패권을 추구하느냐는 지적과 함께 유무형의 견제가 양국으로부터 들어왔다. 게다가 현실적으론 한국이 동북아의 중심으로서 가시적인 성과물을 내놓기 힘들었기 때문에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는 결국 흐지부지됐다.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가 지난해 6월 동북아시대위원회로 개편돼 경제 중심에서 외교안보 전략으로 사실상 무게 중심이 옮겨진 것도 이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이 무렵을 전후해 북한핵 문제가 해결되면 6자회담 틀을 동북아 다자안보 체제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는 발언을 하기 시작했다.

노 대통령의 동북아 관련 구상은 한미동맹에 대한 인식 및 일본 중국과의 관계와 떼놓고는 이해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8일 노 대통령이 처음 언급한 ‘동북아 균형자로서의 한국의 역할’은 전통적으로 유지돼 온 한국-미국-일본 3국의 남방구도와 북한-중국-러시아 3국의 북방구도 속에서의 장기 포석을 담고 있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미동맹의 기본 틀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전통적 남방 동맹 속의 일본과 적대적 북방 동맹 속의 중국을 상대로 동일 수준에서 협력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결국 ‘균형자’ 발언의 밑바탕에는 일본에 대한 인식 변화가 깔려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한 외교 전문가는 23일 “북한 핵 문제를 눈앞에 두고 우리가 취할 수 있는 균형자 역할이 무엇인지를 찾기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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