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美, 北核수출때 파키스탄 중계역할 알고도 안밝혀”

  • 입력 2005년 3월 21일 18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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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한국 중국 일본 정부에 ‘북한이 (2001년 초) 핵무기 원료인 6불화 우라늄을 리비아에 팔았다’는 정보를 알려주는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사실을 호도했다(mislead)”는 미 워싱턴포스트의 20일자 보도가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한국 정부는 21일 “좀 더 지켜보자”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진짜 정보는?=보도의 핵심은 문제의 6불화 우라늄이 북한→리비아가 아니라 북한→파키스탄→리비아라는 경로를 통해 팔렸지만,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가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 한중일 3국에 파키스탄의 중계 역할을 정확히 설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북한이 ‘기존의’ 핵 국가(파키스탄)와 공조하는 차원이 아니라 ‘새로운’ 핵 국가(리비아)의 등장을 도울 수 있음을 부각시키려고 파키스탄을 뺀 채 정보를 흘렸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또 미국이 동맹국인 파키스탄을 보호하려는 의도도 있었다는 것이다.

미 행정부는 신문의 첫 보도(2월 3일자) 직후 “파키스탄이라고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국제 밀거래 네트워크가 거래에 개입했음을 분명히 밝혔다”고 해명한 것으로 보도됐다. 실제 이 신문은 첫 보도 이튿날인 2월 4일자에서 “파키스탄의 밀거래 조직을 거쳤을 수 있다”는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후속 보도를 했다.

미 백악관은 신문의 취재 요청에 실명 인터뷰는 거부하면서도 “동맹국에 정확한 설명을 했다”고 답변한 것으로 돼 있다. 미 행정부가 ‘정보 왜곡’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긴 하지만 북한이 ‘핵물질의 수출’이라는 암묵적인 금지선(red line)을 넘어섰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6자회담에 영향=이번 파문은 미국이 내놓는 북한 핵 정보가 공개 과정에서 ‘취사 선택’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사실만으로도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북한 핵도 이라크 대량살상무기(WMD)를 둘러싼 정보 왜곡의 재판”이라는 지적이 이미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 6자회담에서 북한을 제외한 5 대 1 구도를 형성하려는 미국의 구상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특히 중국과 한국이 미국의 북한 핵 정보를 불신하게 되면 더욱 그렇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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