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대표회담 ‘짙은 먹구름’

  • 입력 2004년 12월 26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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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의 천정배 원내대표, 이부영 의장과 한나라당의 박근혜 대표, 김덕룡 원내대표(왼쪽부터)는 26일 국회에서 4인 대표회담을 열고 4대 법안 처리 문제를 논의했으나 전혀 진전을 보지 못했다. 이에 따라 4인 대표회담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다. 김경제 기자
열린우리당의 천정배 원내대표, 이부영 의장과 한나라당의 박근혜 대표, 김덕룡 원내대표(왼쪽부터)는 26일 국회에서 4인 대표회담을 열고 4대 법안 처리 문제를 논의했으나 전혀 진전을 보지 못했다. 이에 따라 4인 대표회담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다. 김경제 기자
여야의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26일 열린 4인 대표회담은 불과 1시간15분만에 결렬됐다. 양측은 27일 회담 일정도 잡지 않았다.

회담이 끝난 뒤 한나라당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는 “더 이상 할 얘기가 없다”고 말했고 열린우리당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는 “합의를 통한 법안 처리를 포기하고 국회법에 따라 국회를 운영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은 26일 밤 국회 당 의장실에서 수뇌부 회의를 갖고 27일 오전 예정됐던 의원총회, 상임중앙위원회 및 기획자문위원회 연석회의 등을 취소했다. 이부영(李富榮) 의장은 수뇌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내일 오후까지 상당한 시간을 두고 (한나라당의 태도 변화를) 기다려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국회 주변에는 ‘파국(破局)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기 시작했다.

▽압박용인가 협상 깨기의 수순인가=여야 4인 대표회담이 결렬 위기에 놓인 것은 어찌 보면 예고된 수순이었다. 21일 여야가 ‘합의처리를 원칙으로 하며 회기 내 처리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어정쩡한 문구로 합의문을 내놨을 때 여야 내부에서는 “결렬 시에 대비, 준비해 둔 중의적 문구를 넣어 겨우 봉합해 놨을 뿐”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당시 열린우리당 천 원내대표는 ‘합의 처리’라는 문구 삽입을 거부하며 결렬을 선언하려 했으나 이부영 의장의 만류로 합의서에 서명했다는 후문이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4인회담이 계속 열렸지만 여야는 한 치도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최대 현안이었던 국가보안법과 관련해 당내 강경파의 의견을 되풀이 개진했다. 또 25일에도 비교적 합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여겨져 온 과거사진상규명법과 사립학교법을 논의했는데도 박 대표가 자신의 견해를 담은 쪽지를 반복해서 읽었다는 후문이다. 한나라당은 회담이 결렬된 뒤 긴급원내대표단 회의를 열어 ‘합의 처리 원칙 고수’ 입장을 재확인한 뒤 열린우리당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합의 처리’에서 ‘국회법에 따른 처리’ 쪽으로 선회하게 된 것은 협상의 비관적 전망 때문이다. 이는 “한나라당이 27일 회담에서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마지막 메시지이자 표결처리를 위한 수순밟기에 돌입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열린우리당 천 원내대표가 “협상의 문을 닫은 것은 아니다”고 언급한 것도 한나라당의 태도 변화에 대한 촉구용의 성격이 짙다. 원내대표실까지 점거한 강성당원 등 당내 강경파의 압박도 선회의 직접적 배경이 되고 있다.

▽막판 타협 가능성은=국보법과 언론관계법은 처리 난망이다. 여야 간 워낙 입장 차가 커 4인회담에서도 말싸움만 계속하다 끝이 났다.

4대 법안 중 과거사진상규명법과 사립학교법 정도가 그나마 타결의 여지가 남아 있다. 과거사법의 경우 진상규명위원회 위원 구성 문제와 위원회 권한이, 사립학교법은 개방형 이사제 도입과 학교운영위원회 등의 법제화 여부가 남은 쟁점이다. 두 가지가 합의 처리될 경우 외견상으로는 ‘2+2’ 방식이 관철되는 셈이다.

여야가 공멸을 피하기 위해서도 21일 4인 대표회담의 ‘합의정신’이 결과물로 나와야 한다. 만일 아무것도 처리하지 못할 경우 여야 수뇌부 어느 쪽도 상처를 피할 수 없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여야가 막판 타협을 통해 어떤 식으로든 합의가 쉬운 과거사진상규명법과 사립학교법은 통과시킬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30일로 예정된 예산안과 이라크 파병연장동의안 처리도 여당에는 부담이 되고 있다. 만일 여당이 표결을 통한 강행 처리를 시도할 경우 한나라당이 예산안과 파병연장안까지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4대 입법에 대한 4인 대표회담 진행 경과▼

연내처리 가능
법 안잠정 합의 사항미합의 쟁점
과거사진상규명관련법*법 명칭: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기본법안*조사대상:항일독립운동사, 공권력의 인권유린 의문사, 북한 및 좌익세력의 인권유린 의문사, 민주화 가장한 친북활동*진상규명위 성격:독립적 국가기구*위원 수와 활동 기간: 위원 13∼15명, 4년(2년 연장 가능)*벌칙:동행명령 거부하면 과태료 부과*위원 선출 방식:대통령 사법부 국회의 추천 몫에 대해 양당 이견 *위원회의 권한:금융 및 통신자료 요구권, 국가기관의 자료제출 의무화 등과 관련해 ‘열’-권한 강화, ‘한’-권한 제한
사립학교법*재정투명성 확보:사학의 예결산 공시 의무화, 결산서에 감사 증명서 첨부*개방형 이사제 도입: ‘열’-찬성, ‘한’-조건부 반대*학교운영위원회와 교사회 (교수회)의 법적 지위: ‘열’-법제화, ‘한’-자율기구화

연내처리 불투명
법안잠정 합의 사항미합의 쟁점
국가보안법*기본 원칙:인권침해 요소 제거, 안보공백과 국민불안 요소 제거, 남북관계 진전 상황 고려*법 개폐 여부:‘열’-폐지, ‘한’-개정*반국가단체의 정의: ‘열’-내란목적단체로 변경, ‘한’-정부 참칭 조항 변경하고 기본 틀 유지
언론관계법없음*신문사 편집위원회 및 독자권익 위원회 설치 의무화: ‘열’-찬성, ‘한’-반대*시장지배적 사업자 규제: ‘열’-찬성, ‘한’-반대*신문 광고비율을 전체지면의 50%로 제한:‘열’-찬성, ‘한’-반대
'열'은 열린우리당, '한'은 한나라당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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