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주한 중국대사관의 오만과 無禮

  • 입력 2004년 12월 13일 17시 50분


코멘트
주한 중국대사관 측이 탈북자 강제 송환 반대 운동을 주도하는 한나라당 황우여 의원에게 협박에 가까운 항의 전화를 했다고 한다. “국회의원이면 높은 자리인데 (탈북자 강제 송환 반대) 활동을 하면 되느냐. 그렇게 하면 곤란하다”고 했다니, 서울에 주재하는 외국 대사관의 정무참사관이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을 노골적으로 위협한 셈이다. 오죽하면 황 의원 측이 “지금이 구한말도 아닌데 우리를 우습게보고 내정간섭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며 분개하겠는가.

의원 개인에 대한 협박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주재국의 주권(主權)을 무시한 외교적 탈선으로 판단하고 엄중히 대응해야 한다. 주한 중국대사관의 내정간섭성 행위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중국은 5월 대만 총통 취임식에 우리 국회의원들이 참석하는 것을 제지했고, 여름에는 고구려 유적지를 방문하려는 국회의원들에 대한 비자 발급을 석연치 않은 이유를 대며 시간을 끌었다. 심지어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대만 방문을 자제해 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했다. 외교 관례를 무시한 방문 자제 요청과 비자 발급 거부도 문제지만 ‘기억해 두겠다’ ‘더 강하게 나가겠다’는 위협적인 언사가 더 큰 문제다. 중국이 한국을 동등한 파트너로 생각한다면 외교관들이 이처럼 방자한 태도를 취하지는 못할 것이다.

탈북자, 대만 문제 등 그간 한중 현안에서 보인 정부의 저자세가 이런 무례(無禮)를 자초하게 된 것은 아닌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이번에는 정부가 나서 중국에 강력히 항의해야 한다.

탈북자 문제는 중국에도 골칫거리이기 때문에 중국대사관이 한국의 강제 송환 반대 운동에 관심을 가질 수는 있다. 그렇더라도 인류 보편의 가치인 인권을 위한 한국민의 캠페인을 중국의 낮은 인권 잣대로 저지하려는 시도를 용납해서는 안 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