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최광 면직안 與 단독처리 파장

  • 입력 2004년 11월 19일 18시 32분


코멘트
외면한 與野19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원로 시민사회 인사와 국회의원 시국간담회’에 참석한 천정배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왼쪽)와 김덕룡 한나라당 원내대표. 이 자리에서도 두 사람은 4대 법안 처리 등을 둘러싸고 논쟁을 벌였다.-원대연기자
외면한 與野
19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원로 시민사회 인사와 국회의원 시국간담회’에 참석한 천정배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왼쪽)와 김덕룡 한나라당 원내대표. 이 자리에서도 두 사람은 4대 법안 처리 등을 둘러싸고 논쟁을 벌였다.-원대연기자
《여야가 강경 대치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18일 국회 정무위원회와 운영위원회에서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최광(崔洸) 국회예산정책처장 면직 동의안을 사실상 단독 처리한 것이 발단이었다. 한나라당은 즉각 “과반의 횡포”라며 정무위와 운영위 불참을 선포했고 열린우리당은 “적법 절차를 거쳤다”고 반격했다. 여야간의 대치전선은 내년도 예산안 등을 처리해야 할 정기국회의 남은 항로에 암운(暗雲)을 드리우고 있다.》

▼與 “數의 정치”▼

‘최후까지 타협하다 안 되면 표결 처리하겠다.’

열린우리당은 19일 각종 개혁 민생법안 처리방법에서 ‘원칙론’을 재차 강조했다. 야당과 충분한 토론을 하면서 합의해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끝내 타협과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민주적 절차인 표결을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 핵심 당직자는 “18일 국회 정무위의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운영위의 ‘최광 국회예산정책처장 면직동의안’ 처리가 향후 각종 법안처리 방식의 전형을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밀어붙이기’를 계속하겠다는 소리로 들리는 대목이다.

그러나 당은 ‘밀어붙이기’라는 표현에 민감하다. 자칫 ‘다수의 횡포’로 국민에게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충분한 토론과 타협을 유난히 강조하고 있다. 표결에 대해선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민주적 절차’라고 설명하고 있다.

천정배 원내대표가 이날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시국간담회에서 “집권당이 밀어붙인다고 말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국회 운영에서도 야당을 존중하고 합리적 타협을 추구하겠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당은 법안의 성격에 따라 ‘타협’과 ‘표결’을 선택적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한나라당이 반대하지만 여론의 반발이 비교적 크지 않은 법안들에 대해서는 ‘표결’에, 4대 입법처럼 논란이 큰 법안에 대해서는 ‘타협’에 무게를 둔다는 것.

천 원내대표는 이날 “4대 법안을 밀어붙일 생각이 전혀 없다. 4대 법안만 있는 것이 아니라 민생경제, 개혁법안들이 산적해 있다”고 말했다.

지도부의 강온 양면전략에 대해 이견은 아직 없다. ‘50대 민생개혁 법안’을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공언한 마당에 표결을 강행하지 않을 경우 자칫 절반도 연내에 처리하기 힘들다는 공감대가 당내에 확산돼 있기 때문이다. 중도보수 성향의 의원들이 문제를 삼고 있는 4대 법안에 대해서는 당 지도부도 타협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편 이만섭(李萬燮) 전 국회의장은 “정치는 2보 전진을 위해 1보 후퇴를 할 줄 알아야 하고, 집권 여당은 어렵더라도 인내해야 한다”며 “무리하게 일방적으로 통과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野 “數의 횡포”▼

한나라당의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열린우리당이 18일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최광 국회예산정책처장 면직동의안을 사실상 단독으로 처리한 뒤 한나라당 지도부는 대여 강경투쟁 방침을 천명했지만 당내에서는 두 사안에 미온적 태도를 보여 온 지도부에 대한 비판이 만만치 않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19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여당이) 국민을 무시하고 야당을 무시하는 행동을 할 때 위급한 상황이 온다는 것을 깨닫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남경필(南景弼) 원내수석부대표도 “야당의 합리적 요구와 타협을 일방적으로 무시하고 단독 처리한다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막겠다”고 목청을 높였다.

한나라당은 두 안건을 일방적으로 처리한 국회 운영위와 정무위에 불참키로 했다. 임태희(任太熙) 대변인은 “운영위와 정무위 불참은 합의되지 않은 안건에 대해선 절대로 일방독주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실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 지도부가 대여 공세를 강화하는 것은 ‘4대 입법’ 처리를 앞두고 수의 우위를 앞세운 열린우리당의 밀어붙이기에 제동을 걸기 위한 것이지만, 내부적으론 당내 강경파 의원들의 반발을 무마하려는 측면도 있다.

18일 정무위에 앞서 소집된 의원총회에서 홍준표(洪準杓) 의원 등은 당 지도부의 미온적 태도를 강하게 성토했다. 19일엔 특별히 눈에 띄는 움직임은 없었지만 비주류측의 계속되는 반발은 당 지도부엔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당 지도부는 18일 운영위와 정무위에서 의원들을 집단 퇴장시킨 것은 ‘큰 것’을 얻어내기 위해 ‘작은 것’을 양보한 원내 전략이었음을 설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 핵심당직자는 19일 “당면 과제는 연기금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허용하는 기금관리기본법과 국가보안법 폐지 등 ‘4대 입법’을 저지하는 것”이라며 “힘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국보법의 경우 여권이 폐지당론을 철회토록 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반면 한나라당이 대안을 마련한 나머지 3개 법안은 상임위별 심의를 통해 여당안을 논박할 예정이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