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양강도 폭발]창건일 기념행사라면 왜 예고 없었나

  • 입력 2004년 9월 13일 1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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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백남순(白南淳) 외무상은 13일 양강도 폭발이 ‘수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산악 발파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북한을 방문 중인 영국 빌 레멀 외무차관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레멀 차관의 현장방문도 “검토하겠다”고 약속해 의문에 휩싸였던 양강도 폭발은 조만간 베일을 벗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백 외무상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의문은 가시지 않고 있다.

▽의도적 폭발?=백 외무상의 발언은 몇 가지 수긍할 만한 점이 있다. 우선 북한은 개마고원 일대 고지대의 수력자원을 낙차가 심한 압록강 쪽으로 돌리면서 전력을 생산해 왔다.

실례로 자강도 위원군에 위치한 장자강수력발전소의 경우 장자강을 막아 압록강 쪽으로 물을 흘려보내 48만kW의 전력을 얻고 있다.

양강도 김형직군도 수력자원 개발에 유리한 조건들을 갖추고 있다. 이웃한 자강도 낭림군에 수력자원이 풍부한 장진강이 흐르고 있고, 장자강호와 규모가 비슷한 낭림호를 갖고 있는 것. 또 김형직군 월탄리에는 후창강이 있고, 가까운 거리에 회동강을 비롯한 여러 강들이 있어 수력발전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또 기념일을 맞아 대규모 ‘기념 발파’를 해왔다. 금강산발전소 공사나 평양∼남포 고속도로 공사 등이 그 예. 북한에서는 발파로 날려 보내는 흙의 양이 100만t일 경우 ‘100만산 발파’라고 부른다.

특히 북한이 전력난을 겪고 있어 발전소 건설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도 수력발전소 건설용 발파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풀리지 않는 의혹=그러나 북한이 9일 정권 창건기념일을 맞아 벌인 대규모 발파작업을 전혀 ‘선전’하지 않은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북한은 전통적으로 이 같은 기념행사를 대대적으로 보도해 왔기 때문이다. 특히 산을 날려 보낼 정도의 대규모 발파라면 준비에만 수개월이 걸리고, 북한 신문과 방송은 행사 당일 ‘선전’에 적극적이어야 했다. 그러나 이번 발파에 대해 현재까지 북한 언론은 침묵하고 있으며 특히 김형직군 일대에 수력발전소가 건설된다는 예고 보도조차 없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조부 이름을 딴 김형직군에서 벌어진 대대적 행사가 ‘간과’됐다는 것도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특히 기술적으로 매우 위험한 발파작업을 왜 밤에 했느냐는 점이 풀리지 않는 의문이다. 대규모 발파는 안전을 고려해 낮에 실시하는 것이 관례이기 때문. 지금까지 북한 당국도 발파작업은 낮에 실시하도록 해 왔다.고, 특히 기록으로 남겨야 할 대규모 발파는 더더욱 낮 시간에 실시하도록 ‘지도’해 왔다.

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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