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라늄 분리실험 파장]장인순 원자력硏 소장

  • 입력 2004년 9월 4일 00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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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이 우리가 제공한 자료에 만족해하는 눈치였습니다.”

한국원자력연구소 장인순(張仁順·사진) 소장은 3일 밤 IAEA 사찰단이 6일간의 조사를 마치고 대전 연구소를 떠나자 이렇게 밝혔다.

장 소장은 “우리는 하나도 숨기지 않고 모든 것을 공개했는데 사찰단이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재차 강조했다. 다음은 장 소장이 밝힌 이번 사건의 전말이다.

1990년대 초 원자력연구소 내에 4, 5명의 연구원으로 구성된 분광학팀이 구성되면서 이 팀에서 원자력 발전소를 제어하는 데 필요한 가돌리늄을 레이저로 분리하려는 연구를 시작했다. 1998년 가돌리늄 레이저 분리시설을 완성했고 시행착오 끝에 2000년 초에 가돌리늄을 농축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가돌리늄 농축 연구를 진행하던 프랑스가 이 시기에 연구를 포기했다. 원자력연구소도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해 시설을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시설을 폐기하기 바로 직전에 레이저로 우라늄 분리가 가능한지 테스트해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그래서 200mg, 즉 0.2g의 우라늄을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그야말로 순수하게 과학적 실험이었던 것이다. 그리고는 바로 실험 장비를 폐기했다.

장 소장은 “실험으로 분리된 0.2g의 우라늄은 농축도(전체 우라늄에서 우라늄235가 차지하는 비율)가 10%에 불과하다”며 “외신에서 말하는 고농축(농축도가 20% 이상)이 절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농축이라는 말이 핵무기를 연상시켜 민감하게 들리지만 사실 농축도가 90%가 넘어야 핵폭탄이 가능하다”며 “북한의 전문가가 보면 별거 아니라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IAEA 사찰단은 연구소에서 폐쇄된 실험실을 둘러보고 폐기된 장비도 검사했으며 샘플도 채취하는 조사 활동을 벌였다. IAEA 사찰은 사찰 자체가 비공개로 진행되는 것이 관례다.

장 소장은 “예정보다 하루 일찍 3일 밤 사찰단이 대전 연구소를 떠나 서울로 갔다”고 말했다.

이충환 동아사이언스기자 cosm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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