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SOC투자 추진]국민 노후자금으로 재정 메우나

  • 입력 2004년 8월 18일 1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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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열린우리당이 국민연금 등 연기금을 교육 및 복지시설 건립과 사회간접자본(SOC)에 투자하기로 하자 이를 둘러싼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 여당은 연기금 투자에 대해 시장수익률을 보장해 주는 만큼 연기금의 적정수익률 확보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상당수 경제전문가들은 “복지확대와 경기활성화에 필요한 재원을 연기금으로 보충하려고 한다”며 “이는 국민연금의 수익률을 떨어뜨려 고령화사회에 대비한 미래의 복지재원을 고갈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급한 대로 연기금 여유자금을 갖다 쓰자=당정이 복지시설 등에 연기금 여유자금을 활용하려는 것은 복지와 SOC 투자 등에 대한 수요는 급증하고 있는데 정부 재정은 빠듯하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 재정은 최근 경기침체로 세수(稅收)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수도 이전 등 돈 쓸 곳이 늘면서 압박을 받고 있다.

기획예산처 변양균(卞良均) 차관은 17일 기자들과 만나 “지방국립대 기숙사와 초중고교 건물 증개축, 보유시설 및 노인 요양시설 등 복지시설에 연기금의 여유자금을 투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이와 관련해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일부 시민단체는 임대주택 건설에 연기금을 투입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대체로 부정적=순천향대 김용하(金龍夏) 교수는 “국민연금을 포함한 기금의 최우선 목표는 높은 수익률을 유지해야 하는데 복지시설 건립 등 정부가 공익적인 목적으로 수행하는 프로젝트는 수익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공익적인 프로젝트에 재원이 필요하다면 연기금을 직접 투자할 것이 아니라 사업 추진기관에서 채권을 발행한 뒤 그 채권을 연기금으로 사주면 된다”고 제안했다.

서울시립대 세무대학원 임주영(林周瑩) 교수는 “복지정책을 포함해 모든 정책은 재정 여건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하는 게 옳다”며 “재정이 부족하니까 정부가 미래를 위해 써야 할 연금에까지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 세금으로 ‘적정수익률’ 보전=정부는 이 같은 연기금 여유자금의 SOC 및 복지시설 투자에 대해 ‘윈윈 효과’가 있다며 옹호하고 있다.

예산처 김병덕(金秉德) 기금정책심의관은 “정부가 일정 수익률을 보장해 주는 만큼 연기금으로서는 안정적인 수익률을 올릴 수 있고 국가로선 연기금의 여유자금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가 재정을 통해 적정수익률을 보장해 줄 경우 결국 그 돈은 국민의 세금에서 나오기 때문에 결국 국민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임 교수는 “이는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괴겠다는 의미”라며 “자본주의의 핵심인 기업인의 기를 살려 투자가 활성화되면 고용과 소득이 늘어 자연스럽게 세수가 늘어난다. 정부가 정작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엉뚱한 데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으로 복지부문에 운용하는 자산은 4414억원으로 전체 운용자산의 0.4% 정도. 수익률은 4.5%로 금융부문(8.6%)이나 공공부문(4.9%)에 비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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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종식기자 kong@donga.com

박 용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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