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일씨 피살]"용서못할 잔혹행위" 전세계 분노

  • 입력 2004년 6월 23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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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아랍계 위성방송 알 자지라는 무장단체가 보내온 화면과 함께 김선일씨가 끝내 살해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 소식을 실은 알 자지라 영문 홈페이지(오른쪽).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테러리스트들의 협박에 움츠리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연합
22일 아랍계 위성방송 알 자지라는 무장단체가 보내온 화면과 함께 김선일씨가 끝내 살해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 소식을 실은 알 자지라 영문 홈페이지(오른쪽).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테러리스트들의 협박에 움츠리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연합
《김선일씨 피살 소식에 국제사회는 일제히 분노했다. 세계 언론들은 이번 사건을 주요기사로 보도하면서 테러행위를 강력히 비난했다. 외신들은 김씨 피살로 한국 국민이 큰 충격에 휩싸였으며 이라크에서 또 다른 민간인 희생자가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한국의 이라크 파병 계획에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엇갈린 전망을 내놓았다.》

▽“비열한 행위” 강력 규탄=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2일 “야만적인 사람들에 의한 잔인한 행위”라고 규탄하고 “자유세계는 이런 행위에 협박당할 수 없다는 것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이해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자유와 인권, 인간의 존엄성, 자신이 원하는 종교를 믿을 자유, 자신의 마음을 얘기할 자유를 강력히 믿기 때문에 그들에게 협박당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노 대통령이 그것을 이해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그들은 우리의 의지와 신념을 흔들려 하고 있다”면서 “그들은 자신들의 사악한 비전을 사람들에게 강요하기 위해 우리를 철수시키려고 한다”고 말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어떤 명분도 이 잔혹한 살인행위를 정당화할 수 없다”며 이라크 내 모든 인질의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했다. 국제인권단체 인권감시협회(HRW)도 긴급성명에서 “인질을 살해하는 것은 극악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난했다.

리자오싱(李肇星) 중국 외교부장은 “중국 정부는 충격을 느꼈으며 살해행위를 강력 비난한다”고 밝혔다. 요슈카 피셔 독일 외무장관은 “잔인하고 혐오스러운 살인행위를 가장 강력하게 비판한다”고 말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추가 파병 방침에 변함이 없다는 한국 정부 발표에 대해 “한국 정부가 매우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파병에 미치는 영향=외신들은 김씨 피살이 파병을 둘러싼 한국 내 여론에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AFP통신은 “이번 사건으로 이라크 파병에 대한 한국 내 반대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했다. 워싱턴 포스트도 “김씨의 죽음이 이라크 문제 개입에 대한 한국 내 저항을 촉발할 것으로 보인다”며 반미 감정을 부추길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교도통신은 한국 정부가 지난주 추가 파병을 결정한 직후 사건이 터져 현 정권이 매우 어려운 처지에 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중국 신화통신은 “이번 사건으로 한국 정부의 이라크 파병 계획이 힘을 얻을 것”이라고 엇갈리게 전망했다. 통신은 “이 사건은 한국 국민에게 테러와 싸워야 한다는 경각심을 심어줬을 것”이라는 한국 국방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했다.

미국 폭스뉴스는 “김씨를 살해한 테러리스트들은 한국이 스페인의 전례를 따르기를 바랐겠지만 현실은 반대로 나타나고 있다”고 22일 보도했다.

▽한국 정부 정치적 타격=파이낸셜 타임스는 23일 “김씨의 죽음이 해외분쟁 경험이 거의 없는 한국에 충격을 주고 있다”면서 “김씨의 죽음은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라크에 군대를 보내기로 한 노 대통령에게는 정치적 타격”이라고 보도했다.

영국 인디펜던트도 “한국이 17일 이라크 파병 계획을 결정한 지 수 시간 만에 김씨 납치사건이 공개됐다”며 “김씨의 죽음은 이라크 내에 아직 남아 있는 다른 한국인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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