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함정 50년만에 서해상서 첫 무선교신

  • 입력 2004년 6월 14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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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이 비무장지대 내의 각종 선전활동을 중단키로 합의함에 따라 15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의 대북, 대남 선전활동이 모두 중단된다. 14일 경기 파주시 전진부대에서 사병들이 대북 심리전에 사용해 온 방송시설 등을 점검하고 있다.-이훈구기자
남북한이 비무장지대 내의 각종 선전활동을 중단키로 합의함에 따라 15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의 대북, 대남 선전활동이 모두 중단된다. 14일 경기 파주시 전진부대에서 사병들이 대북 심리전에 사용해 온 방송시설 등을 점검하고 있다.-이훈구기자
“백두산 둘, 백두산 둘. 여기는 한라산 둘.”(남한 함정·‘둘’은 제2구역에서 훈련 중인 함정이라는 의미)

“한라산 둘, 한라산 둘. 여기는 백두산 둘. 감도는 다섯.”(북한 함정)

“여기는 감명도(통신음의 크기와 맑기) 둘. 소리를 더 높여라.”(남한 함정)

남북 해군 함정들이 14일 오전 9시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에서 국제공용주파수를 이용해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처음으로 직접 무선교신을 했다.

양측 함정은 연평도 대청도 백령도 등 NLL 인근 5개 섬을 5개 구역으로 나눠 제1구역에서 오전 9시부터 15분간 첫 교신을 한 뒤 2∼5구역에서 차례로 각각 15분씩 다시 교신했다.

양측은 이와 함께 깃발과 불빛 신호를 이용한 의사소통 연습도 했다. 남측 고속정 328호 참수리가 ‘우리는 적대행위 의도가 없다’라는 뜻의 4번 깃발을 올리자 북측은 ‘귀측의 신호를 이해하고 수신하였다’는 뜻의 9번 깃발과 함께 불빛 신호로 답했다.

이날 훈련은 4일 제2차 남북장성급회담에서 합의한 ‘서해상의 우발적 무력충돌 방지안’과 이를 이행하기 위한 12일 ‘남북 부속합의서’에 따른 것으로 1999년 연평해전과 2002년 서해교전 때 충돌했던 남측 평택 2함대사령부와 북측 남포 서해함대사령부 소속 함정이 각각 5척씩 참가했다.

남북의 서해 함대사령부는 이날 오전 9시 경의선 도로 철도 구간에 매설된 유선통신망을 이용해 가상으로 설정한 불법조업 중국어선들의 조업시간과 위치, 척수 등의 정보를 교환하기도 했다.

남북은 8월 12일 경의선 통신망과 별도로 서해지구 통신선로가 연결되면 매일 오전 9시 NLL 해상에서 불법조업 중인 중국어선들에 대한 정보를 교환할 예정이다.

남북은 또 15일 0시 휴전선 일대에 있는 선전활동을 전면 중지했다. 남측이 지난 42년간 비무장지대에서 대북 확성기로 방송해 온 ‘자유의 소리’는 14일 오후 11시50분부터 10분 간 고별방송을 통해 방송중단 사실을 알리고 남북 양측 장병들의 행운을 기원했다.

남북은 16일부터 8월 15일까지 비무장지대 내 선전활동도구들을 차례로 철거한다.

한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4일 호세 마리아 피게레스 세계경제포럼(WEF) 대표 등 WEF 아시아 회의 참석자 190여명을 청와대 영빈관으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하면서 남북의 선전활동 중단 사실을 설명하고 “이 같은 신뢰 증진 노력이 동북아시아의 평화정착과 번영을 강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서해공동취재단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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