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함없는 盧대통령…野 “역시나” - 與 “어쩌나”

  • 입력 2004년 5월 28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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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개원 50주년 기념식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중앙홀에서 여야정치인 20여명만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오른쪽)와 열린우리당 김부겸 당 의장 비서실장이 식장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서영수기자
국회 개원 50주년 기념식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중앙홀에서 여야정치인 20여명만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오른쪽)와 열린우리당 김부겸 당 의장 비서실장이 식장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서영수기자
▼한나라 ‘延大특강’ 비판▼

한나라당은 28일 노무현 대통령의 27일 연세대 특강 발언을 정면으로 문제 삼았다.

특히 “보수는 힘센 사람이 맘대로 하는 것” “보수는 바꾸지 말자는 것”이라는 노 대통령의 보수론이 집중성토의 대상이 됐다. 당의 정체성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이날 당원대표자대회에서 “노 대통령 발언이 또다시 상생의 분위기를 깨고 국론분열을 일으키는 것 같아 굉장히 우려된다”며 “대통령이 이렇게 잘못된 인식을 갖고 스스로 보수라고 생각하는 많은 국민들을 모욕하면서 어떻게 국민통합을 하려는지 정말 걱정”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박 대표는 이어 “보수는 끊임없이 고치며 살자는 것”이라며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이외에 우리가 바꾸지 말자고 한 게 무엇이냐”고 비판했다.

노 대통령의 경제관도 성토 대상이 됐다.

박 대표는 “국민의 91%가 경제위기라고 하는데 누가 과장한다는 말이냐”며 “국민 대다수가 몇십년 내 가장 살기 힘들다고 한다면 이거야말로 민생경제의 위기라는 생각을 왜 한 번쯤 못 하느냐”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박 대표는 “한나라당은 ‘우리만 선이고 대통령과 여당은 악’이라고 생각지 않으며 그것이 상생의 정치와 국민통합의 시작”이라며 노 대통령에게 ‘발상의 전환’을 촉구했다.

이에 앞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는 “노 대통령은 ‘보수냐, 진보냐’ 하는 의미 없는 이야기를 하면서 국민들을 편 가르기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형오(金炯旿) 사무총장도 “경제위기상황에 대한 대통령의 안이한 인식과 상생정치에 대한 아전인수식 인식이 정말로 심각한 문제”라고 가세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열린우리당도 걱정▼

“대통령이 탄핵 이전으로 돌아간 것 아니냐.”

열린우리당 당선자 가운데 상당수는 28일 노무현 대통령의 전날 연세대 특강 발언에 대해 이 같은 반응을 보였다. 노 대통령이 ‘정치적 기력’을 회복한 것은 좋지만 과거처럼 정제되지 않은 발언을 쏟아내 정쟁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깔려 있었다.

2002년 대선 때 민주당 부대변인으로 노 대통령을 수행했던 김현미(金賢美) 대변인은 일단 “보수와 진보를 규정하는 방법이나 발언량 등을 보면 노 대통령이 이제 완전히 힘을 받은 듯하다”고 진단했다.

노 대통령의 특강 발언록은 총 2만여자로 200자 원고지 100여장 분량. 언론사 신춘문예 단편소설(200자 원고지 70장 내외) 보다도 길다.

그러면서도 김 대변인은 “노 대통령이 강한 어조의 발언을 하면 이를 야당과 일부 언론이 비판하고 이를 다시 노 대통령이 반박하는 구도가 반복될 수도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노 대통령이 대학생들을 만나 신명이 난 것 같다”면서도 “헌법재판소의 탄핵 기각 직후인 15일 대국민담화에서 보여준 겸손하면서도 단호한 표정과 어투와는 다소 거리감이 있더라”고 지적했다.

다른 초선 당선자는 “노 대통령이 자신의 언행 등에서 (문제가) 연유한 경우가 많다고 생각해 앞으로 국정에서 한 발짝 물러날 것”이라는 문희상(文喜相) 대통령정치특보의 발언(4월 26일 설악산 워크숍)을 거론하며 “말이 다른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올 법하다”고 말했다. 그는 “노 대통령의 발언 취지에는 전반적으로 공감하지만 ‘보수=악, 진보=선’으로 구분하고 ‘빨갱이’ 등의 표현을 동원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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