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리더십 특강]“좌파를 빨갱이 몰아 사회진보 막아”

  • 입력 2004년 5월 27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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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27일 연세대에서 ‘변화의 시대, 새로운 리더십’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했다. 대통령직 복귀 후 첫 외부강연에 나선 노 대통령은 진보와 보수의 문제, 전직 대통령 등에 관해 거침 없는 발언을 했다.-박경모기자
노무현 대통령은 27일 연세대에서 ‘변화의 시대, 새로운 리더십’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했다. 대통령직 복귀 후 첫 외부강연에 나선 노 대통령은 진보와 보수의 문제, 전직 대통령 등에 관해 거침 없는 발언을 했다.-박경모기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7일 대통령직 복귀 이후 처음 외부에서 가진 연세대 리더십센터 초청강연에서 직무정지기간 중의 답답함을 털듯 많은 얘기를 쏟아놓았다.

2시간 동안 이뤄진 이날 강연 서두에 노 대통령은 “내 아들과 며느리가 다 연세대 출신이다. (연세대 총장 출신인) 김우식(金雨植) 대통령비서실장이 꼭 필요했는데, 귀한 인재를 국가를 위해 쓰게 용납해줬다”며 초청에 응한 배경을 설명했다.

▽보수 진보에 대한 시각=노 대통령은 “한국에서는 뻑 하면 진보는 좌파고, 좌파는 빨갱이라고 하는데 이는 한국 사회의 진보를 가로막는 암적인 존재”라며 “보수는 힘센 사람이 좀 맘대로 하자는 것이고, 진보는 더불어 살자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합리적 보수, 따뜻한 보수, 별 놈의 보수를 다 갖다놔도 보수는 ‘바꾸지 말자’는 것이고, 진보는 ‘고쳐가며 살자’는 것”이라면서 “그래서 한때 소련이 붕괴됐을 때 공산주의자가 보수가 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최근의 성장 분배 논란에 대해서도 “노벨상 수상자인 스티글리츠 교수에 따르면 성장과 분배는 같이 가야 장기적으로 성공한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전직 대통령 평가=노 대통령은 자신의 성공 비결로 ‘확실한 투자’를 꼽으면서 “제대로 못할 바에는 정치를 안 한다는 결심으로 인생을 걸었다”고 말했다. 또한 “내 사주가 제법 괜찮다고 한다. 운칠기삼이라고 하는데 끊임없이 변화하고 공부 열심히 하고 그렇게 가다보니 너도 대통령 한번 해라 시켜준 것 아니겠나”라고도 했다.

노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을 보니 다 죽다 살아난 사람이다. 이승만 대통령 그렇죠? 박정희 대통령, 결코 찬성할 수 없지만 한강 건널 때 목숨 걸지 않았나”라고 전직 대통령에 대한 평가도 곁들였다. 또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도, 어떻든 쿠데타는 실패하면 죽는 거다. 찬성할 수 없지만 공짜로 한 것 아니다.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도 다들 돌아가실 뻔했다”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1980년 전두환 대통령이 내건 게 정의로운 사회다. 절대 보통사람일 수 없는 사람이 보통사람이라고 했다”고 말한 뒤 “말하다 보니 현직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을 비방하는 결과가 됐다”고 웃었다.

▽존경하는 지도자와 리더십론=노 대통령은 “요즘 정치공학 책을 보면 국민을 어떻게 속이고 어디를 자극할까 하는 기술이 수없이 나오는데, 답답하다. 정치적 술수에서 최고의 단수는 투명과 정직이다”고 지도자의 조건을 설명했다.

또 “열국지 시대의 리더 자질을 갖고 와서 이거 하라고 하는데, 받아들이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열국지’는 최근 장관 제청권 행사 문제로 갈등을 겪었던 고건(高建) 전 총리가 애독했던 책이다.

노 대통령은 존경하는 인물로 링컨 미 대통령을 꼽은 뒤 “링컨이 (죽지 않고) 남북전쟁 후 화해정책을 폈으면 탄핵소추를 받아 의회에서 표결됐을지도 모른다”며 “(링컨 사후) 임기를 이어받은 존슨 대통령이 화합정책을 밀고 가다가 탄핵소추를 받았는데 의회에서 한 표차로 이겨 간신히 쫓겨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자신에 대한 평가=노 대통령은 자신의 궤적을 술회하면서 “끊임없이 도전했고 매 시기 승부의 연속이었다”며 “열등감 때문에 성공에 대한 집착이 높았고, 성공하기 위해 고시공부를 했는데 10월유신이 일어났다. 나는 유신헌법을 공부해서 판사가 됐으니 유신판사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내 부모는 창씨개명을 해 친일파가 아닌가 고심했다. 과거가 떳떳하지 못한 사람을 다 숙청하면 나도 숙청돼야 한다. 그렇게 하면 숙청 안 될 사람이 얼마나 될지 걱정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오늘날 의제를 설정하고 의제를 주도하는 힘은 아직은 ‘조중동’이 갖고 있다. 또 재계가 내거는 의제가 주제가 된다”면서 “이런 것을 다 고려해 정책이 결정되는데, 지금은 그래도 국회 구성이 이전보다 노동자 농민에게 유리하게 됐고 거기에 나도 한몫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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