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기각]탄핵 사안별 결정내용

  • 입력 2004년 5월 14일 1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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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의 요지는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과 행동 등 4가지가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지만 대통령직을 파면할 만큼 위반의 정도가 중대하지는 않다”라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헌재가 인정한 헌법과 법률 위반 사례=헌재는 노 대통령이 △올해 2월 18일 청와대에서 가진 경인지역 6개 언론사와의 기자회견에서 발언한 것과 △올해 2월 24일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발언한 것이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9조의 ‘공무원의 중립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노 대통령이 실정법을 위반한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헌재는 이같이 결정한 배경으로 “대통령이 특정 정당을 일방적으로 지지하는 발언을 해 국민의 의사 형성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면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형성을 왜곡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헌재는 이어 “이 같은 행위는 지난 수년간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꾸준히 지속해 온 정당과 후보자의 정치적 활동의 의미를 반감시킴으로써 의회민주주의를 크게 훼손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헌재는 또 △올해 3월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법 위반 결정에 대해 대통령이 유감을 표명한 등의 행위와 △지난해 10월 13일 대통령 재신임 국민투표를 제안한 행위가 헌법수호 의무를 위반했다고 결정했다.

헌재는 이의 근거로 “대통령 스스로가 법을 존중하고 준수하지 않는다면 다른 공직자는 물론 국민 누구에게도 법의 준수를 요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헌법과 법률 위반이 아니거나 탄핵심판 대상이 아닌 사례=헌재는 △대통령 측근비리 △경제파탄 등은 탄핵소추 사유에 해당하지 않거나 탄핵심판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측근들이 썬앤문그룹에서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행위의 경우 대통령이 직위를 보유하기 이전에 일어난 것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관여 여부를 따질 필요도 없이 탄핵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 취임 이후에 일어난 측근비리의 경우도 노 대통령의 개입 사실이 인정되지 않은 만큼 소추사유가 안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또 경제악화 등의 책임이 헌법 위반인지 여부에 대해 “성실한 직책 수행 의무가 헌법적 의무이기는 하지만 ‘헌법을 수호해야 할 의무’와는 달리 규범적으로 그 이행이 관철될 수 있는 성격의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기자회견에서 발언이 선거운동을 했느냐 여부에 대해 헌재는 “공무원 선거중립의무를 위반했지만 ‘선거운동’을 한 것은 아니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 근거로 헌재는 “발언 당시까지 정당 후보자가 결정되지 않은 데다 발언이 기자회견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변 형식으로 수동적으로 이뤄진 만큼 선거운동을 향한 능동적, 계획적 요소를 인정할 수 없다”는 점을 들었다.

2003년 12월 19일 노사모가 주최한 리멤버 1219 행사에서 “여러분의 혁명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다시 한 번 나서달라”고 발언한 것 등은 “허용되는 정치적 의견표명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것”이라며 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파면 여부=헌재는 “헌법재판소법 53조 1항(탄핵심판 청구가 이유 있을 때에는 헌재는 피청구인을 공직에서 파면하는 결정을 한다)을 모든 법 위반의 경우가 아니라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법위반의 경우에 한정해야 한다”고 해석했다. 헌재는 이어 노 대통령의 법위반행위에도 불구하고 파면을 정당화하는 사유가 존재하지는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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