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 토론수업 강연 前 美대북조정관 웬디 셔먼

  • 입력 2004년 3월 10일 19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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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디 셔먼 전 국무부 대북정책조정관이 10일 오전 이화여대에서 국제대학원 학생들을 상대로 북한 문제에 대해 특별 수업을 하고 있다.   -연합
웬디 셔먼 전 국무부 대북정책조정관이 10일 오전 이화여대에서 국제대학원 학생들을 상대로 북한 문제에 대해 특별 수업을 하고 있다. -연합
웬디 셔먼 전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조정관은 10일 “최악의 무기를 최악의 리더(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손에서 제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입장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대북정책의 실무책임자였던 셔먼 전 조정관은 이날 서울 이화여대 국제대학원의 특별 토론수업에 강사로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11월 미 대선에서 존 케리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미국의 대북정책이 달라지느냐”는 질문에 “누가 대통령이 되건 미국은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방식으로 핵 폐기를 하기 바란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그는 “부시 행정부가 6자회담으로 시간을 끄는 바람에 북한이 플루토늄 재처리를 지속할 수 있게 돼 문제가 복잡해졌다”고 비판했다. 북한이 미 정보기관의 분석대로 핵무기 1, 2개만 갖고 있다면 이를 ‘단순 억지력’으로 쓰겠지만, 그간의 핵개발을 통해 5, 6개를 갖고 있다면 핵실험 및 해외수출도 가능해진다는 지적이었다.

셔먼 전 조정관은 이어 “북한은 핵(개발) 프로그램을 지속하는 동시에 협상을 계속해 (외부 군사력에 대한) 억지력과 협상 지렛대로 활용할 것”이라며 “협상 과정에서 경제·군사적으로 독자생존이 가능하다고 확신할 때 비로소 핵을 포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브라이트재단 이사장 자격으로 방한한 그는 한국 젊은이들의 대북관 및 대미관을 직접 파악하기 위해 이날 수업을 자청했다.

대북 협상파인 그는 이날 미국의 한반도정책에 대한 학생들의 비판적 질문이 이어지자 “왜 부시 대통령은 한국에 위협이 되고, 김정일 위원장은 위협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에 한 학생이 “북한의 정책은 한국에 영향이 없지만, 미국의 정책은 큰 영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답변하자 그는 고개만 끄덕였다.

그는 또 “미국은 과거 ‘빅 브러더’처럼 행동했지만, 한국은 이제 미국이 진정한 파트너가 되길 희망하고 있다”며 “그러나 한국의 민주주의는 아직 발전의 여지가 있고, 안보문제가 얽혀 있어 그냥 놔두기는 어렵다(hard to let go)”고 말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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