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철수/대통령이 불법 조장하나

  • 입력 2004년 3월 5일 19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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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의 선거운동에 관해 청와대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민주당이 서로 다른 주장을 하고 있어 국민은 당혹스럽다.

청와대는 대통령을 비롯한 정무직 공무원은 정당에 가입할 수 있고 정치활동을 할 수 있다고 하여 대통령이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고, 선관위는 대통령의 특정정당 지지발언은 위법이라는 주장이다.

▼‘악법’이면 개정 나서는게 순서 ▼

정치활동이 허용되는 공무원에는 대통령을 비롯한 정무직 공무원이 포함된다. 이들은 정당에 가입할 수 있다. 그러나 특정정당을 위한 당리당략적인 행정을 해서는 안 된다. 헌법 제7조는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고 하고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고 하고 있다. 이에 따라서 만들어진 법률이 공무원법이요 공직선거법이다.

선거법은 공무원의 선거관여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는 선거의 공정성을 위해 필수불가결하다. 공정선거를 위하여 헌법은 각급 선거관리위원회의 관리 하에 선거운동을 할 수 있게 하고, 선거운동은 법률이 정하는 범위 안에서 하되 균등한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116조). 선거법이나 선거관리위원회법 등이 이 취지에 따라 선관위의 강력한 선거관리권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선관위의 결정은 모든 공무원 의원후보자 정당 국민을 구속하는 것이다. 선관위 회의가 장시간 토론 끝에 6 대 2로 특정정당 지지를 언급한 대통령의 행위를 선거관여 행위로 보고 재발을 경계했는데, 청와대가 이에 따르지 않고 미국의 예를 들어 대통령의 선거관여를 당연시하는 것은 문제다.

미국 등 대부분의 국가는 선거운동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선거운동에 대해 많은 규제를 하고 있다. 선거법이 선거운동을 제한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를 무시하는 것은 법률 위반 행위로 탄핵사유가 될 수 있다. 특히 선관위의 결정에 따르지 않는 경우에는 명백한 위헌·위법 행위가 되는 것이다.

대통령은 시민혁명을 말하고, ‘노사모’에 대해 “다시 한번 나서달라”고 요청하는가 하면, 선거법 무시의 경향까지 보이고 있는데 이는 위험한 행동이다. 헌법을 준수할 것을 엄숙히 선서했으며 법률을 수호할 책임을 지고 있는 대통령이 법 불복종 행위를 조장하는 발언을 하는 것은 국기를 문란케 하는 행위다. 일부 시민단체와 선거감시단체, 인터넷언론 등이 새 선거법에 대한 불복종 운동을 벌이고 있는데 대통령은 이를 단호히 금지해야 한다. 선거법이 악법이면 개정해야지, 선거구 문제를 제외하고는 열린우리당도 동의한 법률을 준수하지 않는다면 선거는 무법천지가 될 것이다.

선관위는 선거와 정당관리를 위해 둔 헌법기관이다. 선거운동은 선관위의 관리 하에 행해지는 것이기 때문에 청와대나 행정부는 이에 도전해서는 안 된다. 선관위는 과거 정권 때도 대통령에 대해 엄중 경고한 적이 있는데 당시 대통령은 이에 따랐다. 제6공화국 들어 대통령들은 대통령선거 때마다 선거관여를 막기 위해 당적을 이탈하고 중립적 선거관리 내각을 구성해 왔다. 현 대통령은 당적이 없기 때문인지 선거관리 중립내각을 주장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헌법기관’ 선관위에 도전 안돼 ▼

청와대는 야당이 탄핵소추를 한다고 하여 신경과민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국회는 탄핵소추를 할 수 있을 뿐이며 탄핵결정은 헌법재판소에서 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야당이 탄핵소추를 감행하면 일시 직권행사를 정지하고, 내각으로 하여금 공정한 선거를 집행하게 하면 된다.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부결될 경우 대통령은 다시 권한행사를 하면 그만이다.

각 국가기관과 정당들은 공정한 선거관리를 위해 현재의 위기 상황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김철수 명지대 석좌교수·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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