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美 CIA정보로 北 수입 핵물질 압수"

  • 입력 2004년 2월 22일 15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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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지난해 여름 북한이 수입하려던 핵무기 제조용 물질을 압수했다고 아사히신문이 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21일 워싱턴발로 보도했다.

압수된 물질은 사용 후 핵연료에서 무기급 플루토늄을 추출할 때 사용하는 용매인 인산트리브틸(TBP) 액체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미 중앙정보국(CIA)은 지난해 여름 북한이 TBP를 중국에서 대량 수입하려 한다는 정보를 입수한 뒤 TBP가 들어있는 컨테이너를 적재한 것으로 보이는 평양행 열차를 지목해 중국측에 수송을 저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중국 수사당국은 이에 따라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역에서 이 열차를 세운 뒤 수색을 벌여 TBP를 찾지 못했으며, 조사를 계속한 끝에 며칠 후 다른 평양행 열차에서 TBP를 발견해 압수했다.

CIA는 2002년 12월에도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TBP 약 20t을 수입한다는 정보를 입수했지만 '중국이 협력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해 중국측에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신문은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물밑에서 협조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라며 북한의 최대동맹국인 중국이 핵 봉쇄에 나섬에 따라 북한의 핵개발 추진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중국은 지난해 2월 북한에 연료를 공급하는 송유관을 일시적으로 잠그면서 '기술적 이유'를 내세웠으나 미국 정부는 중국 정부가 핵문제와 관련해 압력을 가하기 위해 송유관 가동을 중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지난해 8월 1차 6자회담에 응한 것도 핵물질 수입에 대한 중국의 경고를 받아들였기 때문일 가능성도 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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