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찬 펀드’…‘단순사기극 몰아가기’ 논란

  • 입력 2004년 2월 6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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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구속돼 서울 서대문경찰서로 이송되는 민경찬씨. 며칠 전의 자신만만했던 모습은 간 데가 없다. -박주일기자
6일 오후 구속돼 서울 서대문경찰서로 이송되는 민경찬씨. 며칠 전의 자신만만했던 모습은 간 데가 없다. -박주일기자
노무현 대통령의 사돈 민경찬씨의 653억원 모금 의혹사건이 좀처럼 실체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

민씨는 투자금을 모은 적이 없다고 말을 바꿨지만 경기 이천시에 종합병원을 세우려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른바 ‘민경찬 펀드’가 이 병원 신축용 자금일 수도 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6일 민씨에 대한 구속영장 등을 통해 ‘민경찬 펀드’를 ‘실체가 없는 사기극’으로 보는 듯한 시각을 드러내 짧은 수사로 빨리 결론을 내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의문의 653억원=현재까지 드러난 민씨의 사업 구상은 이천중앙병원의 설립. 지난해 10월에는 민씨의 동업자로 알려진 이모씨(43)가 병원 건축허가를 신청하기도 했다.

이것만으론 ‘민경찬 펀드’가 실제 있으며 그 목적이 병원 신설이라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경찰 조사에서 밝혀진 민씨의 혐의 사실은 통상적인 투자와는 전혀 다른 사기행각이기 때문.

또 병원 설립비는 펀드 규모의 절반가량일 뿐이다. 전문가들은 땅값(13억원)과 건축비, 각종 부대비용을 합하면 병원 신설에 약 3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민씨가 모은 것으로 알려진 653억원의 절반도 안 된다.

이 때문에 민씨가 실제 펀드를 조성했고 병원에 투자할 생각이었으면 이미 병원 설립이 상당 부분 진척되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씨는 이천시청에 낸 건축허가서를 보완하지 않아 결국 올 초 신청서가 반려됐다. 이씨는 현재 “나도 민씨에게 당한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1996년 이후 4번이나 병원 문을 여닫고 김포시 푸른솔병원을 날릴 위기에 놓인 민씨에게 수억∼수십억원의 돈을 선뜻 맡길 사람이 과연 47명이나 있겠느냐는 의문도 있다. 이들이 모두 ‘불순한 목적’으로 돈을 줬다면 모를까, 거액을 날리고도 피해자를 자처하는 사람이 단 한명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은 이상할 정도다.

따라서 민씨가 실제 펀드를 조성했다면 뭔가 밝히기 어려운 사연이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민씨가 다른 일을 꾸미기 위해 펀드를 조성한 것처럼 언론에 떠벌렸지 않았겠느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부유층 행세=민씨는 병원 경영 실패 등으로 최소 80억원이 넘는 빚을 지고서도 BMW승용차를 타고 다니는 등 부유층 행세를 했다.

민씨는 월 400만원의 사무실 월세와 직원들 월급도 못 주는 상태였다. 민씨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 빌라의 사무실도 이천중앙병원 식당운영권 등을 미끼로 가로챈 돈으로 겨우 마련했다. 민씨는 빚 독촉에 시달려 집을 매물로 내놓을 정도로 심한 경제적 압박을 받았다.

그러나 민씨는 사무실을 첨단 보안장치와 나무로 두른 실내벽, 대리석 등으로 호화스럽게 치장했다. 또 할부로 BMW 승용차를 구입했다. 민씨는 사무실에 ‘중앙병원 면접자는 올라오라’는 안내문을 붙이는가 하면 ‘이천중앙병원 원장 민경찬’이라는 명함을 만들어 병원장 행세를 하기도 했다.

민씨는 6일 구속 수감되면서 “반성의 기회를 갖겠다.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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