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계 거물’ 김운용, 씁쓸한 퇴장…여론압박에 의원 사퇴

  • 입력 2004년 1월 9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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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김운용 의원이 9일 의원직과 세계태권도연맹 총재직 등을 사퇴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김경제기자
민주당 김운용 의원이 9일 의원직과 세계태권도연맹 총재직 등을 사퇴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김경제기자
30여년간 세계 체육계의 ‘거물’로 통했던 민주당 김운용(金雲龍) 의원이 9일 국회의원 및 세계태권도연맹(WTF) 총재, 국기원 원장직을 동시에 사퇴한 것은 자신을 향해 죄어오는 검찰 수사와 여론의 압박을 더 이상 피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김 전 의원에 대한 여론이 급속히 악화된 계기는 지난해 7월 2010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를 결정하는 체코 프라하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115차 총회 때부터였다. 당시 그는 IOC 부위원장 재도전을 위해 강원 평창군의 유치 활동을 방해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게다가 검찰이 WTF 후원금 유용 등 업무상 횡령 및 배임수재 혐의로 수사를 벌임으로써 그는 막다른 길에 몰렸다. 또 아들 정훈씨(44)가 미국 영주권 부당취득 혐의로 지난해 5월 불가리아에서 체포됐고, 그의 계좌에 대한태권도협회 전 간부로부터 10억원의 돈이 입금된 사실이 드러나 검찰의 조사대상에 오른 것도 큰 부담이 됐다.

김 전 의원은 이날 민주당사에서 A4용지 1장 분량의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낭독하면서 한때 감정이 복받친 듯 안경을 벗고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그러나 김 전 의원은 그가 가진 체육계 직함 중 ‘노른자위’에 해당하는 IOC 부위원장직 사퇴 여부에 대한 질문에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그의 의원직 사퇴나 WTF 총재직 사퇴에 대해서도 여전히 곱지 않은 시선이 남아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체육계 인사는 “국가원수에 준하는 의전대우를 받는 IOC 부위원장의 직함만 있어도 김 전 의원의 영향력은 건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체육계에 대한 영향력이 여전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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