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8일 FTA 비준안 표결] ‘수출 코리아’ 경쟁력 기로에

  • 입력 2004년 1월 7일 23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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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8일 본회의에서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무기명투표로 표결처리키로 함에 따라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비준동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한국은 세계 무역의 큰 흐름인 FTA 무대에 본격적으로 등장할 전망이다. 반면 1년을 끌어온 비준동의안을 다시 미룬다면 대외신인도 추락과 수출 경쟁력 약화를 피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장기 표류 갈림길=정부는 8일 열릴 국회 본회의가 올 상반기 중 비준동의안을 통과시킬 마지막 기회라고 보고 있다. 4월 총선이 다가올수록 정치권이 ‘농민 표’를 의식해 한-칠레 FTA 비준동의안을 통과시키기가 더욱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FTA 반대를 선거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될 농촌 출신 국회의원의 입장을 감안하면 총선 이후에도 비준동의안을 처리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여야 정치권이 무기명 비밀투표라는 형태를 취한 것도 현실정치에서의 어려움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만약 개인별로 의원들의 찬반의사가 공개될 경우 내심으로는 비준동의안에 찬성하면서도 총선에서의 부담을 의식해 반대할 의원이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한편 통상교섭본부에 따르면 칠레 의회는 6일(현지시간) 한-칠레 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한국 국회의 처리 결과와 연계시킬 뜻을 밝혔다. 한국이 비준동의안을 통과시키지 않는데 칠레만 먼저 처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병섭(金炳燮) 통상교섭본부 다자통상과장은 “한국의 첫 FTA인 한-칠레 FTA를 처리하지 못하면 일본 싱가포르 등 다른 어떤 나라와도 FTA를 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이 한-칠레 FTA에 발목이 잡혀 세계 수출 시장에서 외톨이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비준 미루면 수출 타격=신장범(愼長範) 주 칠레 대사는 최근 본보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칠레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과 FTA를 체결하고 있어 비준 지연은 남미(南美) 시장 전체에 대한 한국의 수출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FTA를 체결한 나라끼리 특혜를 주고받는 무역은 세계 무역에서 65%(2000년 기준)를 차지했다. FTA무대에서 고립되면 경쟁국에 비해 수출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 상품은 이미 한-칠레 FTA지연으로 칠레 시장에서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칠레 시장에서 한국 자동차의 시장점유율은 2002년 20.5%에서 작년 상반기 17.7%로 떨어졌다. 휴대전화 점유율도 10.7%에서 7.8%로 하락했다.

최낙균(崔洛均)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무역투자정책실장은 “만약 FTA 비준동의안이 더 늦어지면 당장 칠레 시장에서 수출이 주는 것보다 신뢰 상실과 통상무대 고립 등 보이지 않는 피해가 더 크다”고 진단했다.

물론 이번에 비준동의안이 처리되지 않더라도 양국 정부간에 맺어진 FTA 협상 결과가 무산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국가간 조약 등의 경우 정부간 협상 타결에서 비준 및 발효까지 몇 년이 걸린 사례도 있다.

하지만 ‘FTA 협상의 첫 단추’인 한-칠레 FTA 비준이 계속 늦어질 경우 다른 나라와의 FTA 체결은 사실상 물 건너가고 한국의 대외신인도도 크게 떨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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