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국정혼선 책임 언론에 또 화살

  • 입력 2004년 1월 4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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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3일 언론의 ‘공직사회 포위론’을 펴며 ‘전 공무원의 홍보요원화’를 강조하고 나선 것은 지지율이 최근 20%대로 급락한 주원인을 언론의 과도한 비판 때문이라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이날 장차관급 워크숍의 두 번째 주제인 ‘대화 잘 하는 정부’에 대해 설명하다가 “실제로는 상당히 한 것 같은데 성적표를 받아 보니까 시원치 않다. 정부가 한 일을 국민이 정확하게 알고 잘한 것은 잘한 대로, 못한 것은 못한 대로 제대로 평가할 수 있도록 정보와 의사소통에 장애가 없어야겠다”고 말을 꺼냈다.

그는 이어 “전달하는 사람이 잘한 것보다 못한 것을 비추기를 훨씬 좋아하면 전달이 잘 안 된다. 또 별로 문제가 없는 것을 아주 문제가 있는 것처럼 덧칠을 하고 색깔을 입혀서 전달해 버리면 아주 나쁘게 전달돼 버린다”며 정부의 업적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것을 언론의 탓으로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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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울산과 충북 오송에 고속철도 중간역을 설치하기로 한 것이 언론의 집중적인 비판을 받은 것을 사례로 꼽았다. 그는 “고속철도를 만들었으면 사람을 태우고 다녀야 한다. 국민은 고속철도를 타서 좋고, 철도청은 빨리 수입을 많이 올려서 좋고 그래서 대도시의 사람을 태워야 한다. 그런데 그 지역에 열차를 세운다고 난데없이 몰매를 맞았다”고 주장했다.

일부 장관과 청와대 참모진이 언론의 비판에 근거해 자신을 비판하는 현상을 ‘낡은 고정관념’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청와대 비서관들이 모여 앉아 신문을 읽고 사실이 아닌 것을 놓고 대통령의 행태에 대해 우려하고, ‘이것 고쳐야 할 텐데’ 하고 있는 것을 볼 때 정말 난감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낡은 고정관념을 끊임없이 새로 만들어내 내 주변을 포위해 들어온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노 대통령은 취임 초기 때처럼 ‘언론이 부당하게 공격하고 있다’는 식으로 언론을 대놓고 비난하지는 않았다. 구체적인 대응방법론에서도 “언론에 우리가 하는 일의 취지와 효과를 잘 홍보할 수 있어야 한다”거나 “정부 전체의 성공을 위해 공무원끼리도 커뮤니케이션을 충분히 해서 자기 친구, 가족에게라도 당당하게 얘기해야 한다”는 등 온건한 해법을 제시했다.

언론에 반론을 제기하는 문제도 “정중하게 ‘그것은 그렇지 않습니다’라고 말하는 과정을 통해 글 쓰는 사람의 생각을 바꿔 나가야 한다”며 ‘정중한 대응’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지난해 초 내가 언론과 정부의 관계를 정상적인 관계로 가자고 할 때 많은 사람들이 불안해 했지만, 요즘 전 부처에 관련된 오보 수가 하루에 2, 3개로 줄었다. 오후 8시반, 9시에 고위공직자들이 기사를 고치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일은 없어졌지 않느냐”며 ‘언론과의 긴장관계’ 기조가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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