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헌(崔明憲) 당불법대선자금특위 위원장측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특별지원금 명세가 담긴 장부를 공개했다. 본보 기자가 육안으로 직접 확인한 문제의 장부는 A4용지 36쪽 분량으로 지구당특별지원금 지급명세가 수기(手記)로 상세히 기록돼있다. 이 장부를 보면 대선 직전인 2002년 12월 10일부터 16일까지 모두 6차례, 날짜가 명기되지 않은 2차례를 포함해 모두 8차례에 걸쳐 42억1900만원이 각 지구당에 전달됐음을 알 수 있다.
2002년 12월 10일에는 부산과 호남을 제외한 전 지역구에 14억6000만원이 지급됐고, 11일부터는 인천 경기 서울 대전 등 권역별로 나눠 ‘실탄’이 분배됐다. 또 각 지구당에 돈이 한꺼번에 전달되지 않고 500만∼700만원씩 여러 차례에 걸쳐 나눠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장부의 맨 앞장에는 ‘선대위 조직본부’라는 글자가 명기돼 있어 당시 선대위의 공식라인이 돈의 배분에 직접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다.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각 지구당에 지급한 지원금 액수와 수령자의 서명이 수기로 표시돼 있는 점이다. 공직선거법 제127조는 ‘정당 또는 후보자의 회계책임자는 모든 선거비용의 수입과 지출을 관할 선관위에 신고한 예금계좌를 통해서만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만일 노 후보측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지구당특별지원금을 배분했다면 각 지구당의 공식 회계용 예금계좌를 통해 지급했어야 한다. 또 해당계좌에 특별지원금 명세가 고스란히 남아있어야 한다. 번거롭게 각 지구당에서 사람이 와서 자금을 수령하고 ‘서명’까지 해야 할 특별한 이유가 없는 셈이다.
또 지출명세만 있고 수입명세가 없다는 것도 이 장부가 불법선거용으로 사용됐을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만일 이 장부가 선관위에 신고됐어야 할 명세서라면 수입과 지출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어야 한다. 민주당은 돈의 출처에 대한 몇 가지 제보를 접수하고 이를 확인 중이다.
최 위원장의 한 측근은 “열린우리당이 급하게 대선 관련 장부를 가져가다가 하나를 빠뜨리고 갔다”며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볼 때 이 돈은 당이 선관위에 신고한 대선자금과는 별도의 불법자금임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1월 중 문제의 장부를 전면 공개하거나, 노 후보 측근비리 특검팀에 제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문제의 이 돈을 “정상적으로 지급된 지구당 지원금의 일부”라고 해명하고 있다. 따라서 당시 중앙당과 지구당의 선관위 지정 계좌만 확인해 봐도 그 진위가 확연히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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