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물갈이 ‘소용돌이’…중진들 "왜 우릴 희생양으로…"

  • 입력 2003년 12월 8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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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한나라당 중진의원 모임에 앞서 양정규 의원(오른쪽)이 기자들과 얘기를 하고 있다. 이날 중진의원들은 “인위적인 물갈이보다는 당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공천이 이뤄져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서영수기자
8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한나라당 중진의원 모임에 앞서 양정규 의원(오른쪽)이 기자들과 얘기를 하고 있다. 이날 중진의원들은 “인위적인 물갈이보다는 당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공천이 이뤄져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서영수기자
한나라당 지도부는 8일 온종일 ‘공천 물갈이’ 파문 확산을 차단하느라 부심했다. 일부 중진 의원들의 전격적인 총선 불출마 선언이 공천 물갈이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의원들의 반발이 가시화됐기 때문이다.

홍사덕(洪思德) 원내총무는 이날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 “오늘 아침 최병렬(崔秉烈) 대표를 만났는데 최 대표는 ‘아직 공천 기준을 정한 바 없다’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이날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한 양정규(梁正圭) 의원도 “특정 지역과 연령, 수치를 정한 인위적 물갈이는 있을 수 없고 중요한 것은 당선 가능성”이라며 “내가 지역구 출마를 하진 않겠지만 인위적 물갈이 기도는 반드시 막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동이 걸린 물갈이 논의는 오히려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다. 당 지도부도 공천 물갈이와 재창당 논의를 당 변화의 키워드로 삼겠다는 태세다.

한 핵심당직자는 이날 기자와 만나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가 이달 말 일단락될 것으로 보고 내년 1월부터 2월 중순까지 공천작업을 마무리할 것”이라며 “중앙당 공천심사위원회가 자격심사와 경선 후보군 선정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물갈이 방침을 시사했다.

특히 중진 퇴진과 관련해 당 지도부는 용퇴의 명분을 살려주면서 개별적으로 설득하는 각개격파식 대응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예컨대 불출마를 선언하는 중진에겐 그동안 당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 명예퇴임식을 열어주는 등 최대한 예우를 갖추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소장파 의원들도 중진 용퇴론 불씨 살리기에 나섰다.

소장파 지구당위원장 모임인 미래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고 “한나라당을 살리기 위해 용퇴 의사를 밝힌 중진 선배들의 충정을 높이 평가한다”며 “특히 공천 혁명은 한나라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당내에선 불출마 선언을 선도한 일부 중진에 대해 최 대표가 전국구를 배려할 것이라는 ‘빅딜설’이 퍼져 논란이 일고 있다. 양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누구는 정계 은퇴를 얘기하지만 나는 이렇게 멀쩡한데…”라며 자신의 전국구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유흥수(柳興洙) 의원은 이날 오전 중진모임에서 양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언론에 먼저 흘린 데 대해 “그만두는 것도 방식이 있는데 당에 보탬이 되게 해야지”라며 양 의원의 단독 불출마 선언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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