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파병 혼선]자주외교파 vs 韓美동맹파

  • 입력 2003년 11월 14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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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남대연 대변인이 14일 오전 국방부에서 열린 한미연례안보협의회에 대해 브리핑을 하던 중 이라크 파병과 관련해 파병시기 및 규모, 파병지역 등에 대한 질문이 잇따르자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
국방부 남대연 대변인이 14일 오전 국방부에서 열린 한미연례안보협의회에 대해 브리핑을 하던 중 이라크 파병과 관련해 파병시기 및 규모, 파병지역 등에 대한 질문이 잇따르자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
이라크 파병 문제는 청와대가 13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지침을 공개함으로써 방향이 잡히고 있지만 그동안 파병 부대의 규모와 성격 등을 놓고 빚어진 외교안보팀 내의 혼선과 불협화음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파병 문제를 둘러싼 정부의 입장은 ‘파병 결정→3000명 미만의 혼성군 파견→전투병 위주로 파병군 규모 확대→3000명 미만의 재건지원 방향’으로 종잡을 수 없이 바뀌어 왔다.

11일 통일외교안보관계장관회의에서 노 대통령이 ‘3000명 미만 파병’ 지침을 내린 뒤에도 차영구(車榮九) 국방부 정책실장은 이와는 전혀 동떨어지게 전투병 위주 파병의 당위성을 브리핑했다.

이에 앞서 불거진 외교안보부처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신경전은 권력 쟁탈전에 비유될 정도였다.

지난달 18일 파병이 결정된 직후엔 청와대를 중심으로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그러나 이른바 ‘자주파’의 대표 격인 이종석(李鍾奭) NSC 사무차장이 지난달 27일 “이라크 파병 규모는 2000∼3000명선이 합리적”이라고 말해 파병 기류가 급반전되자 이번엔 한미관계를 중시하는 이른바 ‘동맹파’측에서 불만을 내비쳤다.

동맹파로 분류되는 한 당국자는 “외교적인 고려가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자기들이 전문가라는데 다 알아서 하겠지”라며 NSC측에 대한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다른 관계자는 파병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저는 실세가 아닌데 왜 저에게 물어보십니까”라고 자조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전투병 위주의 파병을 강조한 동맹파들의 주장은 노 대통령의 뜻을 제대로 읽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노 대통령과 가까운 한 고위인사는 “대통령은 처음부터 파병을 안 하는 게 가장 좋지만, 파병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그 규모는 최소화하는 게 좋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고 전했다.

여기에다 청와대 내에서는 정무수석실을 중심으로 “총선을 앞두고 이라크에 대규모 전투병을 파병할 경우 지지층인 진보세력이 등을 돌릴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았다.

한편 정부 안팎에선 파병을 둘러싼 파워 게임이 결국 외교안보팀이나 NSC의 개편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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