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금리초과 투기소득 전액환수” 발언 논란

  • 입력 2003년 10월 30일 1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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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경제민생 점검회의에서 “부동산투기를 통한 금리소득 이상의 초과소득에 대해 양도소득세와 보유세를 매겨 전액 과세로 환수할 수 있다는 자세로 정부의 의지를 다져가야 한다”고 말한 것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리스크가 거의 없는 예금과 리스크가 큰 부동산에서 똑같은 수익이 나오게 국가가 개입하겠다는 것은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발언 자체가 반(反)시장적인 데다 세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조세편의주의’가 배어있다는 분석도 있다.

▽시장원리에 위배=서강대 경제학과 김경환(金京煥) 교수는 “대통령이 이치에 맞지 않는 발언을 왜 했는지 모르겠다”며 “대통령 얘기대로라면 외환위기 시절처럼 금리가 20%대 이상으로 올라가고 부동산가격이 떨어지면 국가에서 부동산 투자자에게 돈을 돌려주는 것이 논리적으로 맞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책연구센터 박재룡(朴在(농,롱)) 수석연구원은 “부동산에서 나온 수익이 은행 이자보다 많다고 해서 세금으로 환수하겠다는 것은 사회주의적 발상”이라며 “대통령이 잡히지 않는 부동산가격을 보고 답답해서 한 얘기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경제학 기초원리에도 위배=금융자산과 부동산자산의 특성을 무시한 채 정부가 일률적인 규제를 한다면 심각한 시장왜곡을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건국대 부동산학과 고성수(高晟洙) 교수는 “금융자산과 부동산자산은 운용 방법과 수익률 구조 자체가 다르다”며 “리스크가 큰 부동산과 리스크가 거의 없는 은행 예금을 똑같이 보는 것은 모순”이라고 밝혔다.

이어 고 교수는 “부동산 투자자에게 금리 수준의 수익에 만족하라고 요구한다면 정부가 나서서 은행예금 수준으로 리스크를 줄여주거나 공급을 대폭 늘려 투자자가 부동산시장에 진출입하는 장벽을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제로만 풀려는 것은 무리=대통령이 경제를 세제로만 풀려는 경향이 있어 혼란을 자초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었다.

강경식(姜慶植)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은 “경제는 순리로 풀어가야 무리가 없다”며 “세금만 갖고 투기를 막기보다는 시중 유동자금을 다른 쪽으로 유도할 아이템을 만드는 것이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또 “세금제도는 국회에서 법을 고쳐야 하는 사안”이라며 “대통령이 세금제도를 바로 시행할 수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덧붙였다.

▽시장은 불안=대통령의 발언으로 부동산시장에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급진적인 대책이 추가로 나와 시장을 얼어붙게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

법무법인 을지 차흥권(車興權) 변호사는 “현재 사회적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는 것은 부동산시장 가운데서도 주택시장이지 부동산시장 전체가 아니다”며 “집값을 잡으려다가 부동산시장 전체를 망가뜨릴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건설업체 G상무는 “대통령이 집값을 잡겠다는 의지는 잘 알고 있지만 건설사 입장에서는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 늘 불안하다”면서 “대통령이 현실성이 미흡한 말을 불쑥불쑥 꺼내니까 오히려 정부정책의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차지완기자 cha@donga.com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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