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재 빠진 청와대, 문재인수석에 파워 쏠릴듯

  • 입력 2003년 10월 27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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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재 전 실장
이광재 전 실장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27일 이광재(李光宰) 대통령국정상황실장의 사표를 수리함에 따라 청와대 내 ‘권력지형’에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청와대 내 국가정보원’ 역할을 했던 국정상황실을 재정비하고 이참에 측근 위주로 짜인 진용을 전문가와 관료 출신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문 실장 거취 따라 ‘권력지도’ 바뀔 듯=당장 문희상(文喜相) 대통령비서실장의 거취가 주목된다. 이 실장은 물러났지만 그동안 청와대 혼선의 책임을 비서실장에게 묻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문 실장의 거취에 대해서는 청와대 안에서도 견해가 극명하게 엇갈린다. 문 실장이 이제야 조정과 통할이라는 고유의 업무를 제대로 해나갈 계기를 맞았다는 긍정론과 그에게 공동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책임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핵심참모들 사이에선 그를 후선으로 밀어내고 열린우리당의 핵심 인사가 비서실장으로 청와대에 들어와 노 대통령과 함께 책임정치를 펼쳐야 한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청와대 내 386참모들은 ‘이광재 카리스마’가 없어지면서 구심력을 잃고 영향력이 급격히 쇠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실장만큼 노 대통령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는 사람이 없는 데다 386참모들에 대한 비판 때문에 운신의 폭이 좁혀졌기 때문이다.

▽‘문재인-이호철’ 부산라인 부상할 듯=이 실장의 퇴진으로 민정수석실의 위상은 상대적으로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우선 내각과 청와대 인선에서 ‘별도 비선 라인’의 역할이 축소되고 민정수석실의 공식적인 인사검증 기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에게 올리는 정보도 민정수석실의 보고가 힘을 받고 국정상황실에 주로 의존했던 정보채널이 다양해지면서 결과적으로 민정수석실이 국정상황실의 기능을 상당 부분 흡수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참모들 사이에서는 ‘부산파’가 너무 세지는 것 아니냐는 경계의 목소리도 있다.

한편 노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 및 보좌관 회의에서 “본인의 사퇴 의사가 워낙 완강하고 확고해 사표를 수리키로 했다”면서 “그러나 이 실장이 특별한 잘못이 없는데 물러나는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이날 청와대는 인사위원회를 열어 해양수산부 국장 출신으로 파견근무 중인 박남춘(朴南春) 부이사관을 국정상황실장 직무대리에 임명했다. 또 홍보수석비서관실의 송치복(宋治復) 국정홍보비서관과 인사보좌관실의 김용석(金用錫) 인사비서관이 제출한 사표도 수리했다. 송 비서관은 광고업계로 돌아갈 예정이며 김 비서관은 내년 4월 총선에서 인천지역에 출마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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