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투표, 정치권서 제대로 따져라

  • 입력 2003년 10월 14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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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재신임 여부에 대한 국민투표 방안을 제시하면서 법리 논쟁이 일지 않도록 협의해 달라고 요청함에 따라 정치권이 바빠졌다. 세 야당은 총무회의에서 재신임 정국에 공동 대처키로 합의한 데 이어 오늘 대표 총무 연석회의를 갖고 이 문제를 본격 논의한다. 아무쪼록 당리당략을 떠나 국정 공백과 혼란을 막을 수 있는 해법을 찾아 주기 바란다.

정치권은 위헌 시비부터 정리해 줘야 한다. 현행 헌법 아래서 대통령이 국민투표로 재신임을 물을 수 있는지부터 명쾌하게 결론을 내 달라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헌법 72조에 규정된 ‘국가 안위’의 개념을 폭넓게 해석하면 될 것이라고 했지만 다수 법학자들의 견해는 다르다. 재신임 국민투표는 분명히 위헌이라는 것이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헌법소원까지 내겠다고 한다. 이런 상황이 정리되지 않으면 재신임 이후의 혼란은 물론이고 국민투표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정치권은 나아가 국민의 입장에서 그 득실을 따져 줘야 한다. 누누이 강조하지만 중요한 것은 노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이다. 대통령이 재신임 국민투표로 무엇을 얻고 잃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국민이 과연 무엇을 얻고 잃느냐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재신임 국민투표를 하면 국정의 난맥상이 해소될 것인가, 경제는 좋아지고 사회는 분열과 갈등을 극복하고 통합의 길로 가는 계기를 맞을 것인가, 정치는 투명하고 생산적인 모습으로 바뀔 것인가, 외교는 유연해지고 국방은 더 튼튼해질 것인가, 무엇보다도 대통령의 리더십이 바뀌어 국민이 대통령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그런 나라가 될 것인가, 이런 것들을 정말 구국(救國)의 자세로 따져 달라는 것이다.

이런 논의가 선행되지 않는 재신임 국민투표는 국민에게 큰 부담만 지울 뿐이다. 단순히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해 주기 위한 국민투표라면 국정의 공백과 혼란이라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감당하면서까지 강행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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