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 재처리 완료" 발표]北核 홀대 美에 불만표시?

  • 입력 2003년 10월 2일 19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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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폐연료봉 재처리 발언은 북한의 핵개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이나 사실 여부는 아직 분명치 않다.

정부는 일단 북한의 발표가 2차 6자회담을 앞두고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벼랑 끝 전술’ 차원에서 나왔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북한은 그동안 몇 차례에 걸쳐 폐연료봉 재처리를 마쳤다고 보도해 온 ‘과거’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발표는 과연 북한이 핵개발 단계에서 현재 어떤 상황에 와있는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만일 북한이 폐연료봉 재처리를 통해 얻은 플루토늄을 핵무기 개발에 투입하는 데 전력을 다하는 상황이라면 이는 한국과 미국이 우려해 온 ‘추가적인 상황 악화’에 해당한다. 이 경우 미국의 강경대응을 촉발해 한반도 정세를 위기로 몰아갈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이 미국 등의 관심을 끌어보려는 의도로 재처리 완료를 주장한 것이라면 그리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닐 수 있다. 북한은 4월에 열린 중국 베이징(北京) 3자회담이나 8월에 열린 1차 6자회담을 앞둔 상황에서도 핵 개발이 진전되고 있다는 언급을 누누이 해 왔기 때문이다.

3자회담에서 북한의 이근(李根) 수석대표는 “핵 재처리를 추진하고 핵무기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북한은 7월 8일 뉴욕의 비공식 접촉을 통해 핵 재처리를 6월에 완료했다고 미국에 통보했다는 외신 보도도 있었다.

따지고 보면 북한은 핵개발과 관련된 카드를 이미 대부분 사용했고 이제는 핵실험의 단계만 남기고 있는 만큼 이번 외무성 대변인의 발언도 과거에 언급했던 것을 되풀이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폐연료봉 재처리를 끝냈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기 때문에 새로운 상황 변화인지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이 강경 태도를 다시 취하는 것은 미국이 최근 이라크 파병 문제에 관심을 쏟으면서 북핵 문제를 소홀히 다루는 데 대한 불만의 표시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북한의 발표는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발표는 본격적인 핵개발 움직임을 내포하고 있다”며 “북측 언급을 상황 악화 조치로 단정하기 어렵지만 현 상황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언동인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북한의 2차 북한핵 위기 관련 발언
일시발언자상황발언내용
2002.10.4김계관외무성 부상제임스 켈리국무부 차관보가협상차 방북때“농축우라늄 개발프로그램을 갖고 있다.” (북한의 핵개발 시인).
2003.4.18외무성대변인베이징 3자회담직전“8000여개의 폐연료봉 재처리 작업까지 마지막 단계 에서 성과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때 3월 초 미국 등 유관국들에 정식 통보했다고 밝혔음)
5.12조선중앙통신 상보노무현 대통령의미국방문 전“미국의 악랄한 대조선(대북) 적대시 정책과 핵압살 책 동에 의해 조선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은 백지화됐다.”
6.6외무성대변인 회견노 대통령의일본방문 당일“우리는 국제법 절차대로 핵무기전파방지조약(NPT) 에서 탈퇴했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담보협정 (핵안전협정)의 구속에서도 벗어난 지 오래다.”
9.3최고인민회의결정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재추대하며“미국이 대북 강경정책을 철회하지 않고 불가침조약 을 체결하지 않을 경우 핵 억지력을 증가시키겠다.”
10.2외무성대변인

“8000여개의 폐연료봉에 대한 재처리를 완료했고, 확보한 플루토늄은 핵억지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용도를 변경시켰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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