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행자 해임안' 정국 충돌조짐]可-否 어디든 한쪽은 치명타

  • 입력 2003년 9월 2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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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왼쪽)이 2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오른쪽) 해임건의안 처리에 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박경모기자
노무현 대통령(왼쪽)이 2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오른쪽) 해임건의안 처리에 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박경모기자
《3일로 예정된 김두관(金斗官) 행정자치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국회 표결을 앞두고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정면충돌할 태세다. 한나라당은 2일 해임건의안 관철 의지를 다짐하며 막판 표 단속에 분주했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해임건의안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강력 대응 방침을 밝혔다. 국회 표결에서 해임건의안이 가결될 경우 청와대는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할 방침이어서 여야 대치정국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정국이 급랭할 경우 당장 4일 청와대 5자 회동에도 먹구름이 드리울 것으로 보인다. 해임건의안이 부결될 경우 한나라당은 극심한 내홍에 휩싸일 공산이 크다. 최병렬(崔秉烈) 대표와 홍사덕(洪思德) 원내총무의 리더십이 당내 비판에 직면함으로써 지도부의 장악력은 급격히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靑 “해도 너무한다”▼

청와대와 총리실은 김두관(金斗官) 행정자치부 장관 해임건의안 표결을 하루 앞둔 2일 종일 부산한 움직임을 보였다.

청와대는 문희상(文喜相) 대통령비서실장과 유인태(柳寅泰)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여야 총무 등 지도부를 설득하면서 협조를 요청한 데 이어 박관용(朴寬用) 국회의장도 직 간접적으로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건(高建) 총리와 해임건의 당사자인 김 장관 등 국무위원들도 한나라당 의원들을 상대로 개별 설득에 총력전을 펼쳤다.

노 대통령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수석비서관 및 보좌관 회의에서 해임건의의 부당성을 강조하면서 “국회가 그야말로 국민을 위해 국회의 권능을 행사하는지 아니면 정부를 흔들기 위해 집단 편짜기를 할지 국민들이 지켜볼 것”이라면서 한나라당을 압박했다.

대통령정무수석실은 이날 민주당 대변인실에 “‘국회의 장관 해임건의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은 헌법에 보장된 권한’이라는 내용의 논평을 내달라”며 ‘지원사격’을 요청하기도 했다. 정무수석실은 “1987년 제9차 개정 헌법에서 강제 규정인 ‘해임 의결권’이 ‘해임 건의권’으로 변경된 만큼 한나라당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헌정사상 유례없는 일’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엄청난 비약”이라는 내용을 담은 A4용지 5장짜리 자료도 민주당측에 함께 보냈다.

이 같은 기류에 비추어 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더라도 노 대통령은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표결을 눈앞에 둔 민감한 시점이란 점 때문에 청와대는 해임안 이후의 대응 태도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윤태영(尹太瀛) 청와대 대변인은 “통과를 전제로 예단을 갖고 질문을 하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 내에서는 노 대통령이 해임건의안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국회를 무시한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고 4일 예정된 5자회동도 무산될 수밖에 없다는 점 때문에 고심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무엇보다 정국이 꽁꽁 얼어붙을 수밖에 없어 대통령의 향후 국정운영에도 큰 부담이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野 “盧정부 중간평가”▼

2일 열린 한나라당의 확대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최병렬 대표(왼쪽)가 심각한 표정으로 홍사덕 총무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서영수기자

한나라당은 김두관(金斗官) 행정자치부 장관에 대한 3일 해임건의안 본회의 처리에 앞서 청와대와 여권을 향해서는 ‘결사항전’을, 당 내부를 향해서는 ‘결속’을 다짐했다.

특히 한나라당은 당 지도부가 총동원돼 2일 온종일 해임건의안 처리를 위한 이탈표 단속에 온힘을 쏟았다. 해임건의안이 처리되기 위해선 재적의원 과반수인 137명의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한나라당 의원 수가 149명인 점을 감안할 때 13표 이상 이탈할 경우 해임건의안 처리는 물거품이 되기 때문이다.

현재 한나라당 의원 중 공식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한 의원은 김홍신(金洪信) 의원 단 1명뿐. 일부 ‘요주의’ 의원의 경우 사석에서와는 달리 당 지도부에 “당론에 따르겠다”는 뜻을 밝혔다는 게 당 핵심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홍사덕(洪思德) 원내총무는 그동안 소속 의원 전원을 상대로 두세 차례 전화 접촉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외유 중인 신영균(申榮均) 의원 등 3명도 이날 오후 급히 귀국해 148명의 찬성표를 무난히 확보했다고 총무단은 분석했다.

그러나 심정적 거부 의사를 내비친 의원이 적지 않아 표결 결과는 쉽게 장담할 수 없다. 실제 표결이 무기명으로 진행되는 것도 당 지도부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이에 따라 당지도부는 내부 단속과 해임건의안의 정당성을 알리기 위한 명분 쌓기에 나섰다.

홍 총무가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이번 해임건의는 노무현(盧武鉉) 정부 6개월 동안의 실정에 대한 중간평가의 의미를 갖고 있다”고 목청을 높인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어 홍 총무는 “경제 안보위기, 극심한 혼란상 전체에 대한 대통령의 책임을 직접 물을 수 없는 상황에서 김 장관이 선정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노 대통령이 야당 의원에 대한 설득을 지시한 것과 관련해 “노 대통령의 ‘협박’은 의회정치에 대한 도전이며 한나라당은 의회주의를 지켜야 한다. “우리 당 의원들에게 엄청난 시련과 유혹이 있을 것이다.”면서 그러나 우리 당 의원들은 (시련과 유혹을) 극복해 낼 것이다”며 당 결속을 거듭 당부했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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