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검찰 난기류]<中>인사-감찰권 줄다리기

  • 입력 2003년 9월 2일 18시 34분


코멘트
최근 청와대와 검찰간에 빚어지고 있는 갈등의 핵심은 청와대가 검찰을 장악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느냐의 여부다. 과거 권력이 인사를 통해 검찰을 장악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논쟁의 핵심에도 검찰 인사권이 있다. 청와대는 여기에다 감찰권까지도 검찰에서 떼어낼 의도를 갖고 있다.

따라서 이번 갈등은 검찰 인사권과 감찰권이 어떻게 될 것인가에 초점이 모아지는 양상이다. 이 사안은 앞으로 청와대와 검찰의 관계 설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양측의 눈에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연재물 목록▼

- <上>건전한 긴장관계서 불신으로

그동안 청와대는 ‘인사권과 감찰권을 통해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검찰 권력을 견제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온 반면 검찰은 청와대의 이런 조치가 자칫 ‘검찰 독립’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반발해 왔다.

▽인사권은 ‘운영’의 문제=검찰 인사권에 대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의중은 “검찰은 인사권을 두려워하고, 대통령은 수사권을 두려워하는 관계로 가야 한다”는 말에 함축돼 있다.

‘검사의 임명 및 보직은 법무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고 돼 있는 검찰청법 34조에 따라 인사권을 행사하겠다는 것.

그렇다고 해서 노 대통령이 인사권을 통해 검찰을 장악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그동안 이름뿐이었던 검찰 인사위원회를 실질적으로 운영, 권력의 의사와는 무관한 중립적 인사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청와대 참모들은 설명한다. 이 과정에서 도를 넘어선 검찰권 행사를 하거나 문제가 있는 검사를 걸러내겠다는 것.

과거 검찰 인사위원회는 자문기구 형태로 유명무실했고 대부분 법무부장관이 청와대의 ‘의중’을 반영해 인사안을 마련한 뒤 그 과정에서 검찰총장과 협의하는 수순으로 검찰 인사가 이루어졌다.

현재 검찰 인사권이 법무부장관의 제청에 따라 대통령이 행사하는 ‘고유권한’이라는 데는 검찰도 이견이 없다. 따라서 그 인사권을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게 검찰 내부의 일반적인 견해다.

서울지검의 한 부장 검사는 “청와대나 법무부가 내세우고 있는 ‘인사 원칙’은 누구나 공감하고 예전부터 있었던 ‘공자님’ 말씀”이라며 “하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지켜진 적이 없기 때문에 청와대의 의도를 의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검사들이 결국은 청와대가 인사권을 통해 검찰을 장악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지방의 다른 부장검사도 “인사위원회를 통한 엄격한 심사가 검사장급 이상 인사에도 적용돼야 검찰 고위간부들의 정치권 눈치 보기가 사라질 것”이라며 “과연 그렇게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감찰권 문제=감찰권의 외부 이관에 대한 노 대통령의 의지 또한 매우 강하다. 강금실(康錦實) 법무부장관도 감찰권 이관 문제는 올해 안에 가부간 결론을 내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청와대와 법무부는 현재 감찰권을 법무부로 완전 이관하는 방안 외에 △1차 감찰은 대검에서 자체적으로 하고 미진한 경우 법무부 또는 외부기관이 2차 감찰을 하는 방안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은 대검에서 감찰을 하고, 수사와 무관한 사안은 법무부가 감찰권을 갖는, 직무감찰과 공무감찰을 분리하는 방안 등을 고려하고 있다.

특히 감찰권의 법무부 이관이 대통령의 검찰 장악이라는 비판을 의식해 감찰 책임자를 외부인사로 정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감찰권을 전부 외부로 이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어느 조직이나 자체 감찰 기능이 내부에 있는 데다 수사보안이 생명인 검찰의 특성상 직무 감찰은 자체적으로 해야만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직무 관련 금품 수수 등 개인 비리와 관련된 부분은 그동안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이 수차례 일었던 만큼 외부 이관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내부 의견도 있다. 또 그동안 검찰의 감찰권이 제대로 행사되지 않은 만큼 전면적인 이관이 필요하다는 법조계 내의 의견도 적지 않다.

실제로 최근 있었던 충북 청주시 K나이트클럽 소유주 이원호씨(50·구속)에 대한 검찰 내 비호 의혹에 대한 특별감찰이나 서울 용산구의 법조브로커 박모씨(구속)와 연관이 있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현직 검사들에 대한 대검의 감찰 조사는 용두사미로 끝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이 때문에 현재로선 검찰이 감찰권 이관 문제에 대해선 수세에 몰린 형국이다.

앞으로 감찰 기능이 전부건 일부건 법무부나 제3의 기관으로 넘어간다면, 어느 기구에 어떻게 맡겨야 할지도 구체적으로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