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6자회담 D-2]核 폐기-체제보장 절충 최대난제

  • 입력 2003년 8월 24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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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세종로 외교통상부에서 윤영관 외교통상부 장관(가운데)이 6자회담 대표단에 임명장을 수여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미옥기자
23일 서울 세종로 외교통상부에서 윤영관 외교통상부 장관(가운데)이 6자회담 대표단에 임명장을 수여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미옥기자
북한 핵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남북한과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가 한자리에 앉는 6자회담은 참가국의 입장과 이해관계가 엇갈려 당장 1차회담에서 극적인 돌파구를 마련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번 회담에선 북핵 문제 외에 한반도 정세 및 참가국들간의 현안이 함께 제기될 전망이어서 의제 선정부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동북아 질서 재편 문제와 영향력 차원에서 접근하는 중국, 러시아 및 납북자 문제 해결 등 국내 정치의 연계 속에서 접근하는 일본, 북한 인권까지 거론하는 미국 등 참가국의 입장이 상이해 얽힌 실타래를 풀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특히 핵심 이슈인 북핵 폐기와 대북(對北) 안보보장 문제에 관해선 원만한 해결책을 찾기가 좀처럼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정부의 한 당국자는 24일 “6자회담의 관건은 실질적으로 북-미 양국이 얼마나 서로를 신뢰하느냐에 달려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북-미간에 체결된 각종 합의사항들이 사실상 휴지조각이 된 상황에선 예컨대 북한의 핵 포기선언을 과연 미국이 믿고 대북 지원을 검토할 수 있을지, 또 미국의 안전보장 약속을 북한이 얼마나 믿고 핵을 폐기할 것인지 등이 회담의 진척을 가름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미국이 북한에 체제보장이 아닌 안전보장문제(security concerns)를 강조하고 있는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미국은 북한을 공격하지 않겠다고 약속할 수는 있어도 ‘김정일(金正日) 체제’의 생존까지 보장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북한이 원하는 안전보장은 사실상 김정일 체제에 대한 보장이기 때문에 북-미간 절충이 쉽지 않아 보인다.

게다가 북한은 이 문제를 놓고 북-미 양자회담을 별도로 요구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어 회담이 순항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서울의 한 외교소식통은 “미국은 통역 및 기록요원을 대동한 공식적인 형태의 북-미 양자접촉은 피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뉴욕 타임스가 23일 미 행정부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해 미국은 북한과 직접 거래를 하지 않을 것이며 북측 수석대표인 김영일(金永一) 외무성 부상을 ‘메신저’일 뿐 거래할 만한 상대로 여기지 않고 있다고 보도한 것은 6자회담을 바라보는 미국의 시각을 보여준다.

그러나 윤영관(尹永寬) 외교통상부 장관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1차회담을 지나치게 낙관하거나 비관하기보다는 (북핵 문제 해결의) 긴 과정이 이제 시작됐다는 생각으로 바라볼 것”이라며 6자회담에 임하는 정부의 목표와 기대치를 설명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中-러-日이 노리는 '국내효과'▼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이른바 ‘북핵 2차 당사국’들이 노리는 6자회담의 ‘국내 효과’도 회담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먼저 의장국인 중국은 마치 6자회담의 ‘주역’과 다름없는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엔 2008년 베이징(北京)올림픽과 2010년 상하이(上海)세계박람회를 성공시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을 한 단계 도약시켜야 한다는 절박감이 깔려있다.

이번에 북핵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면 동북아의 긴장은 계속 고조될 게 분명하다. 더구나 내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해 대북 강경책에 힘이 붙으면 상황은 더욱 어려워진다.

중국이 당초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에 비공개로 대응하다 뒤늦게 베이징 시장을 문책하면서 강도 높게 대처한 것도 올림픽을 의식한 것이었다.

러시아는 12월 총선과 내년 3월 대선이 예정돼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특히 신경 쓰는 곳은 극동. 워낙 낙후해 전통적으로 야당 강세지역이기 때문이다.

시베리아횡단철도와 한반도 철도를 연결하는 33억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를 몇 년째 북한과 협의 중이고 북한을 경유하는 시베리아 가스전(田) 수송관 건설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아시아∼서유럽 횡단철도는 연간 수십억달러의 통과료를 러시아에 가져다 줄 것이라는 게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의 전망. 북핵 문제가 악화돼 극동 및 동북아가 긴장에 휩싸이면 사업의 진전을 기대하기 힘들게 된다.

일본의 경우 납북된 일본인의 가족 송환 문제를 주요 안건으로 제기하겠다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특히 이 문제는 9월 20일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재선 가도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이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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