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홍순영/6자회담 감상적 접근 말라

  • 입력 2003년 8월 24일 18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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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개발 계획은 남북 평화공존을 거부하고 남한을 핵위협 아래 두려는 책략이란 점에서 한반도의 문제다. 그러나 북한 핵개발 문제는 세계 평화 안보 질서의 양대 기둥인 대량살상무기 비확산과 테러리즘 방지에 대한 도전이라는 점에서 국제사회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북한은 핵문제를 두고 남한과 분쟁하고 있을 뿐 아니라 국제사회 전체를 상대로 분쟁하고 있는 것이다.

▼‘核폐기’ 메시지 분명히 전달을 ▼

북한이 핵무기 보유 의도를 94년도 제네바 기본 합의 이후에도 포기한 적이 없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북한정권은 국가의 안전과 체제의 정당성을 경제개발이 아니라 핵무기 개발에서 구하고 있다고 짐작할 수 있다. 이것이 과연 옳은 선택인가. 이 질문과 관계없이 북한은 핵무기 개발 계획을 오히려 대미 흥정의 도구로 삼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핵개발을 일관되고 끈질기게 추구해 왔고 앞으로도 이를 주권적 권리로 주장하면서 상당한 보상이 없이는 폐기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을 위시한 세계 공동체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용인할 수 없을 것이며 보상보다 먼저 ‘검증 가능한 폐기’를 요구하는 것이다. 이것이 빅딜 교섭의 기본구도다.

6자회담은 이 보상과 폐기의 스케줄을 어떻게 상호 연계시키느냐의 교섭이 될 것이므로 시작부터 험난한 논쟁이 예상되며 몇 년이 걸리는 장기 교섭이 될 공산이 커 보인다. 그동안 북한 핵개발 계획은 일단 추진되고 있다고 추정될 것이며 북한 핵개발로 인한 긴장이 그만큼 장기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장기화된 위기가 북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남한은 이 위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지역 제국들은 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이 대응책과 관련해 지역 국가들은 서로 어떤 협의를 하고 있는가.

이러한 장기화될 위기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 한국은 이번 6자회담에 임해야 한다. 이번 회담에 임하면서 민족공조냐 한미공조냐 등의 감상적 접근은 북한 핵개발 문제가 가진 잠재적 폭발성, 즉 전쟁이냐 평화냐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아무런 관련이 없고 도움도 되지 않는다. 남북교류와 협력은 아직 북한의 핵개발을 저지할 만한 지렛대가 되지 않는다. 즉 북한에 대한 남한의 영향력은 아직은 제로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한국은 북한에 핵무기 개발은 남한을 포함한 이 지역과 전 세계에 대한 도발임을 분명히 말해야 한다. 그리고 이 6자회담은 북한이 평화와 번영을 선택하고 선언할 절호의 기회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모든 국제사회가 하나같이 북한의 핵개발을 반대하고 있으며 따라서 우리의 대북 포용정책에 대한 지지도 줄어들고 있음을 분명히 말해야 한다. 국제사회 여론의 향방을 아는 것이 외교의 시작임을 남북한 모두 깊이 인식해야 한다. 우리는 외딴섬에 살고 있지 않다.

한국은 그 생각과 접근 방법을 중국과 러시아에도 끊임없이 상세히 알려주고 협의해야 한다. 중국의 이해와 지지는 북한에 주요한 메시지가 된다. 중국은 북한의 붕괴를 원하지 않지만 북한의 핵무기 개발도 용납할 수 없다는 기본방침을 갖고 있다. 이것이 우리와의 공통분모다. 중국과의 협력은 한미일 공조만큼 중요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중국과의 공조 특히 중요 ▼

북한은 ‘벼랑 끝 전술’에 능하다. 벼랑 끝 전술로 94년 제네바 핵협상 이후 많은 이익을 얻었다며 만족해 하고 있을 것이다. 구소련을 비롯해 전 공산권 국가가 일반적으로 이 벼랑 끝 전술에 능하다. 이에 대응해 우리는 북한의 핵개발을 완전하고 돌이킬 수 없고 검증 가능하게 폐기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것이 남북평화공존과 이 지역의 안정 및 번영에 이르는 조건이다.

모든 외교회담은 다 좋은 것이다. 평화적 해결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이번 회담은 전쟁과 평화를 다루는 중요한 회담이다. 이해 당사자간 기본 인식을 교환해 공동 인식의 기반을 발견하기만 하면 성공한 회담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차기 회담을 내다볼 수 있다. 성공하는 1차 회담이 되기 바란다.

홍순영 전 통일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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