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코드를 잡아라”…한나라 부정적 이미지 고민

  • 입력 2003년 8월 8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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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제주 제주시 연동에서 열린 한나라당 제주도지부 위원장 이취임식에서 최병렬 대표(오른쪽에서 두번째)가 양정규 신임위원장(가운데) 등과 함께 기념떡을 썰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8일 제주 제주시 연동에서 열린 한나라당 제주도지부 위원장 이취임식에서 최병렬 대표(오른쪽에서 두번째)가 양정규 신임위원장(가운데) 등과 함께 기념떡을 썰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변화의 코드를 잡아라.’

최병렬(崔秉烈) 대표 체제의 한나라당에 떨어진 ‘지상명령’이다. 6·26 전당대회 후 ‘반짝 인기’의 열기가 사라진 요즘 “변해야 산다”는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 당 지지율이 신당 논의로 지리멸렬한 상태에 있는 민주당에도 뒤지는 위기 상황도 한나라당을 자극하고 있다. 당 자체 여론조사결과 한나라당의 지지율은 30%안팎에서 민주당보다 다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나라당이 14일 상근 당직자들을 대상으로 개최키로 한 워크숍도 상황타개 묘수 찾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원희룡(元喜龍) 기획위원장은 8일 “워크숍에선 새 지도체제 출범 이후의 당 운영을 반성하고 향후 대책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우선 정책 부분에서 변화의 돌파구를 찾고 있다. 한나라당에 붙여진 ‘친재벌’‘반통일’ ‘노인당’ ‘영남당’의 꼬리표와 ‘발목 잡는 정당’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하고 ‘젊은 중간세력’의 표심(票心)을 잡기 위해서다.

한나라당이 40대 중년 중심의 ‘청년’ 조직을 20, 30대 청년 중심으로 개편하고 ‘청년 실업’ 문제 등을 이슈화하려는 것도 이 같은 전략의 일환이다.

최 대표는 7일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 “원내 다수당의 이점을 살려 정책과 예산투쟁을 통해 젊은 세대에 어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난점도 적지 않다. 최 대표가 변화를 추동할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느냐 여부를 둘러싼 논란도 가열되고 있다.

최 대표는 ‘변화의 기수’를 자임하고 있지만 대표 선출 과정에서 민정계 중진들의 지원을 등에 업은 ‘태생적 한계’를 고려할 때 과감한 물갈이 공천 등을 통해 당의 근본적 체질 변화를 기대하기엔 미흡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당 안팎에서 나온다.

홍준표(洪準杓) 의원은 “당 지도부를 구세력이 장악한 상황에서 젊은 사람 몇 명을 당직 전면에 내세운다고 구체제로부터 해방되겠느냐”고 비판했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내년 총선 공천은 당 변화의 성적표가 될 것”이라며 “막강한 카리스마를 보여준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도 16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김윤환(金潤煥)씨 한 명을 ‘아웃’시키느라 얼마나 큰 후유증을 치렀느냐”라고 말했다.

최 대표의 당내 기반이 아직 취약한데다가 당 조직 또한 상의하달(上意下達)에 익숙한 관료적 리더십으로 복잡한 당을 추스를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아직 당내 다수 의원들에겐 최 대표의 변화 의지가 실감되지 않고 있다”며 “최 대표가 공천작업 등 험난한 과제에 맞서기 위해선 단타성 인기에 연연하지 말고 당내 의원들을 꾸준히 접촉하며 우군화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민주 “한나라, 호랑이도 고양이도 아닌 어정쩡한 얼굴”▼

“한나라당도 신당을 만들어야겠다.”

민주당 내 주류 신당파의 핵심인 이재정(李在禎) 의원은 8일 ‘한나라당의 부진’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한나라당에는 그만큼 극약처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지난해 대선 승리는 새 정치에 대한 국민적 열망을 드러낸 것”이라며 “한나라당이 젊은 386의원들을 주요 당직에 앉혔지만, 국민의 눈높이는 이미 그 정도를 ‘새 정치’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도파인 강운태(姜雲太) 의원도 “‘한나라당’이란 이름이 국민에게 긍정적, 희망적 메시지를 주지 못하고 있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당명 개정, 외부 인사 영입 등 근본적 수술이 필요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한나라당이 ‘정부와 여당을 비판하고 견제하는 야당성’과 ‘원내 과반수 정당의 책임성’을 조화시키는 ‘나름의 정당 모델’을 만들어내지 못한 것도 지지도 정체의 핵심 요인이라고 민주당 관계자들은 분석했다.

여론조사 전문가이기도 한 민영삼(閔泳三) 부대변인은 “한나라당의 얼굴은 ‘호랑이’도 아니고 ‘고양이’도 아니다. 그만큼 어정쩡하다”며 “과거 독재정권 시절의 소수 야당과는 전혀 다른 ‘책임 있는 야당’의 얼굴을 보여줘야 국민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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