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 돈 모아 남북경협 지원?…"일반인 상대 펀드조성" 논의

  • 입력 2003년 8월 8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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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민간 투자자들이 참여한 남북경협 펀드를 만들어 현대의 남북경협사업을 지원하는 방안이 펀드업계에서 논의되고 있다.

남북관계의 미래를 밝게 보는 민간 투자자들이 서로 위험을 나눠가지며 장기투자 개념으로 자금을 모을 수 있다는 것이다.

▽뜻 맞는 투자자들이 위험을 공유=8일 고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빈소에 찾아온 한 40대 남자는 “현대아산은 대한민국 국민의 기업”이라며 10만원을 기부했다.

그는 이어 “국가가 나서지 않더라도 나와 뜻이 같은 사람들이 조금씩 투자하면 경협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고 현대아산측은 전했다.

실제로 금융투자 전문가들은 남북경협 펀드가 경협 자금을 마련하는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남북경협사업은 불안한 남북 관계 속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수익이 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려 투자에 수반되는 위험이 크다는 것이 특징이다.

우재룡(禹在龍) 한국펀드평가 사장은 “현대그룹 내에서 사업 주체를 둘러싸고 일고 있는 논란은 결국 누가 이 위험을 질 것인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우 사장의 지적처럼 현대자동차 등 다른 대기업 집단이 위험을 모두 지는 것은 주주자본주의 체제하에서는 불가능하다. 또 일부 여론처럼 정부가 전면에 나설 경우 집행 과정에서 반대 여론이 일 수 있다.

그러나 민간 펀드는 투자자들이 투자한 만큼만 위험을 나눠 가지면 된다.

이재광(李載珖) 한일투신운용 상무는 “미국이 80년대 중반 설정한 코리아펀드와 같은 컨트리펀드를 만들어 개성공단 착공이나 금강산 관광 등 개별 경협사업에 투자할 수도 있고 현대아산의 주주가 돼 자본금을 지원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행 법 아래에서 이런 펀드를 모집하는 것에 제약이 없고 외국인투자자들도 장기투자 측면에서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수익성과 위험측정이 난제=그러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많다. 박현주(朴炫柱) 미래에셋증권 회장은 “아이디어는 좋지만 경협사업의 수익성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어 투자자를 얼마나 유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강창희(姜敞熙) PCA투신운용 소장은 “경협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수익성에 연연하지 않는 장기 투자자들을 모으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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