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관광 중단 속셈]北, 압박성 메시지 담은듯

  • 입력 2003년 8월 6일 00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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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5일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죽음을 애도하면서 보낸 조전(弔電)에서 ‘금강산 관광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힌 속뜻은 무엇일까.

북한은 표면적으로는 “정 회장의 죽음을 애도하는 의미”라며 이른 시간 안에 금강산 관광을 재개해 달라는 현대아산측의 요청을 신속하게 수용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북한 전문가들은 일시적이긴 하지만 북한이 남북경협의 상징인 금강산 관광 중단 의사를 밝힌 배경에는 “기로에 선 남북경협을 한국 정부가 책임지고 계속하라는 압박성 메시지가 깔려 있는 셈이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북한은 이날 현대와 무관한 남북 철도연결 실무협의회도 1주일가량 연기하자고 요청했다.

▽“한국 정부가 책임지라”=금강산 관광은 남북경협의 상징물이었다. 그러나 주관회사인 현대아산은 자본금 잠식상태에 빠졌고, 관광신청자의 감소로 정부보조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정 회장처럼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장기적 투자수익 회수를 위해 계속 투자한다”는 결단을 내릴 주체가 사라졌다. 이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한국 정부의 사업보장 약속이 필요해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이 같은 기류를 먼저 읽고 기자회견을 자청해 “대북사업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정부는 고민 중=정부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앞으로 남북경협을 어떻게 추진할지에 대한 논의를 했다. 김진표(金振杓) 재정경제부 장관은 “북한이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개발사업에 대해 한국 정부의 사업보장을 요구해 올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경협사업은 남북공조 강화, 경제적 실리 획득 등 북한의 내부 필요에 따라 추진된 만큼 단기적으로 한국 정부에 확실한 보장을 요구할 것이라는 논리였다.

정부는 현재 분명한 방법이나 입장을 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양대 경협사업인 금강산 관광 및 개성공단 개발을 공기업 중심으로 추진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또 현대아산 및 한국관광공사, 토지공사가 사업 파트너 형식으로 공동참여하고 있는 현행 틀에 제3의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방법도 가능한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정부의 구상에는 현대아산의 재정상황이나 계열사의 지원 가능성이 낮은 ‘지금 상황’으론 정상적인 사업유지가 어렵다는 시각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정부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중기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금강산 관광은 한국관광공사와 손잡을 제3의 투자자 유치를, 장기투자가 필요한 개성공단 사업은 토지공사가 계속 맡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통일부 관계자도 “금강산 사업은 호텔 증축, 골프장 등 수익성 높은 부대시설 공사가 끝나면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라며 “제3자 투자가 어렵지 않다”고 평가했다.

통일부는 우선적으로 남북교류기금에 묶여 있는 200억원을 금강산 관광 보조금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국회에 요청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 국회는 지난해 예산심의 과정에서 “북한 핵 상황이 진전되면 쓸 수 있다”는 꼬리표를 붙여 예산사용을 막고 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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