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대표, 청와대 문책인사 요구 파문]충돌 피하는 청와대

  • 입력 2003년 7월 24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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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24일 민주당 정대철(鄭大哲) 대표의 ‘문책인사’ 요구에 직접적인 대응은 피했다. 그러나 유인태(柳寅泰)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이날 오후 정 대표를 만나 진의를 파악하는 등 서둘러 파문 진화에 나섰다.

유 수석은 정 대표에게 “검찰이 대통령의 측근을 수사하는 과정에서도 청와대가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하지 않았느냐”면서 “지금의 상황을 잘 이해해 달라. 힘내시고 당당히 임해 달라”고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수석은 회동 후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검찰이 요새 간덩이가 부었잖아”라고 말하는 등 정 대표를 의식해 검찰을 향해 극언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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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정 대표가 ‘386음모론’을 제기한 데 대해서도 “그런 얘기를 한 게 아닐 것이다”며 정 대표와의 충돌을 피하려 했다.

이호철(李鎬喆) 민정1비서관은 “정 대표가 서운한 마음에서 하는 말씀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우리가 검찰을 컨트롤할 수 없다는 사실은 다 알고 있지 않느냐”면서 “우리도 요즘 아주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한 386참모는 “당에서 때리면 그냥 맞는 수밖에 더 있느냐”고 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민주당의 주류 중진들에게 등을 돌릴 수 없는 지금의 상황에서 대놓고 각을 세울 수는 없다는 뜻이었다.

그런 탓에 청와대 일각에서는 당 쪽을 달래기 위해 일부 386참모를 희생시킬 수밖에 없다는 얘기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으나 대다수 관계자들은 “그렇게 하면 음모론을 인정하는 꼴이 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문재인(文在寅) 민정수석비서관은 “정 대표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법과 원칙에 따라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수석비서관은 최근 “검찰 수사가 어떻게 당정협의 사안이냐”고 말한 적도 있다.

이와 달리 청와대 내 시니어그룹에 해당하는 한 핵심 관계자는 “신당 논의가 지지부진한 것 등에 대해 젊은 참모들이 당 쪽에 강한 불만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면서 “이런 분위기가 음모론으로 오인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일부 386참모들이 제기한 ‘세대혁명론’은 노 대통령의 뜻이 결코 아니며, 386참모들은 아직은 납작 엎드려 있으라는 게 노 대통령의 생각이다”고 전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곤혹스러운 검찰▼

검찰은 정치권 일각에서 “청와대 386참모들이 굿모닝시티 사건 수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반응을 보였다.

검찰 관계자는 “모 검사와 청와대 인사간에 학연이 있고 연배가 비슷하기 때문에 그런 소문이 퍼진 것 같은데 전혀 사실무근이다. 해당 검사에게서도 ‘근거 없는 헛소문에 불과하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수사 대상이 된 정치인 쪽이 위기에 몰리자 수사팀에 부담을 주기 위해 루머를 퍼뜨리고 있는 것 같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대검의 한 검사는 “검찰이 특정 사건 수사와 관련해 청와대 등 정치권과 교감을 갖고 있다는 주장은 한물간 구시대적인 발상”이라고 일축했다.

수사팀은 검찰과 청와대 386간의 연계 의혹에 따른 파문에 휘말려 수사 진행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말을 극도로 아끼고 있다. 이 사건 수사를 맡고 있는 채동욱(蔡東旭) 서울지검 특수2부장은 이와 관련해 “일절 코멘트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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