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핵-경협 연계 약속 어디로 갔나

  • 입력 2003년 6월 20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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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남북관계 일정표를 보면 북핵 문제가 이미 해결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금강산관광이 다음 주부터 재개되고 30일 개성공단 착공식이 열리는 등 크고 작은 남북 경협 및 교류행사가 예고되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을 위시한 국제사회는 대북 압박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마당에 우리 정부만 상반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으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남북교류와 협력은 북핵 전개 상황을 보아가며 추진한다”고 합의했다. 앞으로 모든 역량을 핵문제 해결에 집중할 것이며 남북 경협도 그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데에 두 나라가 뜻을 같이한 것이다. 그러나 요즘 우리 정부의 모습을 보면 그때의 다짐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느낌이다.

남북 경협도 중요하지만 거기에는 적절한 때가 있는 법이다. 미국은 최근 G7+러시아 회담, 스페인 마드리드 11개국 회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 일련의 국제회담을 통해 대북 압박을 위한 ‘범세계적 네트워크’를 형성했고 나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 성명까지 추진하고 있다. 이럴 때 우리만 남북 경협에 매달린다면 자칫 국제적 흐름에서 소외되는 결과를 부를 수 있다.

섣부른 남북 경협은 북한에 이용만 당하고 끝날 우려도 크다. 북한은 엊그제 외무성 성명에서 다자회담을 거부하면서 “자위적 핵 억제력을 강화하는 데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이렇듯 호전성이 전혀 줄지 않은 북한과 경협을 한다는 것 자체가 순진한 발상임을 정부 당국자들은 알아야 한다. 또 지금 경협을 추진한들 실질적인 효과를 얻기도 어려운 상황이지 않은가.

정부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확인한 북핵-경협 연계 약속을 지켜야 한다. 우리가 북한에 대해 쓸 수 있는 유효한 수단이 경협이라면 그 수단을 활용하는 데에 주저해선 안 된다. 그것이 현 시점에서 우리가 국제적 흐름에 동참하면서 핵문제 해결을 조금이라도 앞당길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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