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勞-政 조흥銀매각 정면충돌]盧 '어설픈 개입' 상황 악화

  • 입력 2003년 6월 16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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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가운데)과 이정재 금융감독위원장(오른쪽), 이인원 예금보험공사 사장이 16일 오전 조흥은행 매각계획을 발표하기 위해 정부과천청사에 있는 기자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다.-전영한기자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가운데)과 이정재 금융감독위원장(오른쪽), 이인원 예금보험공사 사장이 16일 오전 조흥은행 매각계획을 발표하기 위해 정부과천청사에 있는 기자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다.-전영한기자
조흥은행 매각문제는 단순히 개별은행의 민영화가 아니라 한국 경제의 선진국 진입 여부를 결정할 중대 사안이라는 게 국내외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조흥은행 문제를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느냐가 앞으로 한국 경제에 대한 국내외 투자가들의 신뢰를 얻느냐 여부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신인석 연구위원은 “정부는 대화는 충분히 하되 합의된 원칙은 반드시 지킨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며 “이렇게 하면 조흥은행 문제는 오히려 한국 경제에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어설픈 개입이 상황을 악화시켰다=작년 10월 정부는 공적자금 회수차원에서 조흥은행 매각을 발표했다. 외환위기 이후 은행 구조조정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안게 된 정부 보유 은행주식을 팔아 공적자금을 회수, 국민부담을 줄이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올 1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금융노조 및 조흥은행 노조위원장을 만나면서 조흥은행 매각은 이상한 방향으로 흘렀다.

이후에 조흥은행 노조는 “대통령이 조흥은행의 독자생존을 약속했다”고 해석했고 청와대는 “정부와 노조의 주장이 엇갈리니 제3자 기관의 객관적인 실사를 제안했을 뿐”이라며 발을 뺐다.

청와대는 뒤늦게 “조흥은행 매각은 거스를 수 없는 방침이며 대신 조흥은행 직원들의 고용안정에 주력하겠다”고 정리했지만 조흥은행 허흥진 노조위원장은 16일 “노 대통령과 재정경제부가 조흥은행 독자생존 약속을 어겼다”며 전면파업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윌리엄 오벌린 주한미상공회의소 회장은 “한국의 노사관계는 20여년 전과 비교해서 달라진 것이 없다”며 “글로벌화가 진행되는 현 시대에 이 같은 노사관계를 유지한다면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은 시간문제다”라고 지적했다.

▽파업강행하면 해외신뢰도 추락=전산시스템은 조흥은행뿐만 아니라 모든 은행을 연결하고 있는 핵심 인프라다. 따라서 가동 중단시 금융계 전체에 상당한 혼란이 생길 전망이다. 이에 따라 조흥은행 경영진은 지난주 전산 담당자들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전산센터로 급파, 전산 보호조치를 위한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했으며 경찰에 시설물 보호를 요청했다.

외국계 은행의 고위 관계자는 “뉴욕 런던 홍콩 싱가포르 등이 한국과 같은 노사문화를 가졌다면 지금과 같은 세계 금융 중심지가 될 수 있었겠느냐”며 “금융업종은 특성상 M&A, 구조조정 등 상황에 따른 유연한 경영활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만약 정부가 파업을 막기 위해 조흥은행 매각을 백지화한다면 한국 경제의 국제적 신뢰성은 크게 훼손될 것으로 우려된다.

임규진기자 mhjh22@donga.com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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