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당대비평' 노무현식 참여민주주의 위험성 지적

  • 입력 2003년 5월 16일 1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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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계간지 ‘당대비평’(주간 김진호 목사)은 19일 발간되는 올 여름호의 특집에서 노무현 정부식 참여민주주의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철학)는 ‘참여민주주의의 정치-도덕성과 정치적 책임윤리의 변증법적 긴장관계에 대해’라는 글에서 자유민주주의는 본래 참여민주주의일 수밖에 없으나 그것은 고대 그리스의 직접민주주의, 루소나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인민주권론에서 말하는 민주주의와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참여라는 민주주의의 핵심적 내용은 자유주의의 형식과 절차를 통해서만 공고화될 수 있다는 게 역사의 교훈”이라며 “민주주의의 이름 아래 권력분립, 대의체제와 같은 자유주의의 절차와 형식을 뛰어넘으려는 루소나 마르크스주의자 등의 시도는 민주주의를 배반하는 자가당착에 빠지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노무현 정부가 경계해야 할 유혹 가운데 하나는 참여를 앞당긴다는 이름 아래 자유주의의 형식과 절차를 생략하고자 하는 욕심과 성급함”이라며 최근 화물연대의 파업과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이적단체 규정을 예로 들었다.

그는 “노동운동은 활성화되어야 하지만 쟁의의 규칙을 노동자 집단이 현저히 어기는 경우에도 노동자가 구조적 약자라는 이유만으로 노조에 관대한 입장을 취한다면 그것은 자유주의의 형식에 대한 심대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고 “또 한총련을 ‘이적단체’로 규정한 것이 비록 시대에 뒤떨어진 측면이 있다고 해도, 학생들에 대한 안타까움의 감정을 앞세워 법치주의의 보루인 대법원의 판단을 뛰어넘으려 하는 것은 자유주의적 절차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형준 동아대 교수(사회학)는 ‘참여의 의미 찾기-성찰적 시민사회론의 관점에서’란 글에서 노 대통령이 후보나 당선자 시절 ‘미국에 굽실거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미국 방문에서는 몸을 낮춘 일을 거론하며 “대통령이 현재의 시공간 내에서 가능한 변화와 가능하지 않은 변화를 명백히 구별해 언급하지 않으면 대중들은 가능하지 않은 것을 가능한 것처럼 착각하고, 대통령을 통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참여의 환상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정부가 대중들의 지지와 호응을 의식적으로 동원하면서 그것을 참여라고 주장할 수는 있지만 이것은 엄격히 말해 참여라기보다는 동원이라고 해야 할 경우가 많다”며 최근 잡초 정치인 논란과 관련, “잡초 정치인을 판단하고 솎아내는 것은 유권자들의 자율적 정치 행위에 의해 이루어져야지, 대통령이 불특정의 500만명에게 e메일을 보내 ‘교시’를 내리는 것은 온당한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영자 가톨릭대 교수(사회학)는 ‘참여정부 시대의 개혁담론과 배제의 사회’라는 글에서 프랑스의 프랑수아 미테랑 사회주의 정권(1981∼1995년)이 추진한 ‘좌파 근대화’가 의도치 않은 결과로서 신자유주의의 전형적인 병폐인 고용불안정, 실업, 빈곤의 악순환을 초래한 점을 소개하고 참여정부의 ‘의도치 않은 위험성’을 경계했다.

이 교수는 “새로운 경영방식으로 제시된 ‘노동자 자주관리(autogestion)’는 노동자를 기업에 더 철저하게 통합시키는 동원체제로 전락했고 다문화주의를 강조한 ‘차이에의 권리’는 게토의 확대로 귀결되고 말았다”며 “겉으로 내세우는 명분과 이름(참여와 개혁)이 그 내용에 걸맞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름을 전유해 버린다면, 그 폐해는 오늘의 현실뿐 아니라 미래의 잠재 가능성까지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송평인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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