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무사령관 인선지연 배경]호남출신 4연속 기용 부담된듯

  • 입력 2003년 4월 17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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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단행한 중장 이하 군 장성 정기인사에서 국군기무사령관만 발표가 안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영길(曺永吉) 국방부 장관은 당초 김대중(金大中) 정권에서 발탁된 호남출신 현 기무사 고위장성을 신임 사령관 후보로 추천했지만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재가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성 인사에서 요직 중의 요직으로 꼽히는 기무사령관의 인선이 미뤄진 것은 유례가 없는 일. 특히 이번 기무사령관 인선은 새 정부가 예고한 기무사의 조직과 역할 축소 등 대대적인 개혁 분위기를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군 안팎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기무사령관 인선이 지연된 것은 특정지역 출신의 기무사령관 ‘독식’을 막고 앞으로의 기무사 개혁을 염두에 둔 청와대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민의 정부에서 초대 기무사령관을 지낸 이남신(李南信·전북 익산) 합참의장을 비롯해 김필수(金필洙·전북 고창) 전 사령관, 문두식(文荳植·전남 화순) 현 사령관은 모두 호남 출신. 따라서 청와대측이 또다시 호남 출신 장성을 기무사령관에 앉힐 경우 군 안팎에서 새 정부 들어서도 특정지역 출신이 ‘독식’을 한다는 비판이 나올 것을 우려했다는 후문이다.

청와대는 또 기무사를 강력하게 개혁하기 위해서는 기무사의 내부 인물보다는 친소(親疎) 관계에서 자유로운 외부 인물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기준에 따라 신임 기무사령관에는 한미연합사 부참모장인 송영근(宋泳勤·육사 27기) 소장이 내정된 것으로 17일 알려졌다. 송 소장은 노 대통령이 청남대에서 돌아오는 18일 재가를 받아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들은 “송 소장이 일단 소장 계급으로 그동안 중장이 맡아온 기무사령관직을 수행하다 승진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는 기무사의 위상을 약화시키기 위해서는 사령관을 소장으로 낮춰야 한다는 주장과 3군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종전대로 중장으로 보임해야 한다는 반론을 절충한 결과로 분석된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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