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 北核문제]치프먼 IISS소장 "조용한 北 최근태도 주목"

  • 입력 2003년 4월 9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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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치프먼 IISS소장(오른쪽)과 고려대 김병기 교수가 8일 이라크 사태와 북한 핵 문제의 전망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원대연기자
존 치프먼 IISS소장(오른쪽)과 고려대 김병기 교수가 8일 이라크 사태와 북한 핵 문제의 전망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원대연기자
《이라크전쟁이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전후(戰後) 이라크와 중동을 포함한 세계질서는 어떻게 재편될 것이며, 북한 핵 문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동아일보와 21세기평화재단은 8일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존 치프먼 소장과 고려대 국제대학원 김병기(金炳基) 교수를 초청해 평화포럼을 마련했다.》

▽김〓이라크 전황이 급진전되고 있다. 미영 연합군은 당초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겠는가.

▽치프먼〓현재 연합군에 유리하게 진행되고 있다. 순수한 군사적 목표는 앞으로 몇 주 안에 달성될 것으로 본다. 물론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죽음 같은 극적인 사건이 있을 경우 앞당겨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수일 안에 움 카스르나 바스라에 이라크 과도정부가 들어설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정치적 진전은 군사작전보다 앞설 수 있다.

▽김〓연합군이 직면할 잠재적 위협은 뭔가.

▽치프먼〓연합군이 바그다드를 완전 장악하는 데 얼마나 걸릴지가 관건이다. 비조직적인 저항이 문제가 될 수 있고, 바그다드 외 지역에서의 반군 출몰도 또 다른 어려움이 될 수 있다.

▽김〓연합군이 후세인 대통령 제거에 실패한다면….

▽치프먼〓후세인 대통령은 이미 이라크에 대한 지배력을 잃었다. 군사적 지배는 거의 무너졌고, 정치적 지배도 거의 존재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후세인 대통령의 생사나 행방이 의문으로 남아 있을 경우 미군에 대한 반감을 부추기고, 결국 연합군의 이라크 장악을 늦추게 될 것이다.

▽김〓전후 처리를 둘러싸고 미국과 유엔이 이견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의 의도는 무엇인가. 미국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는가.

▽치프먼〓미국이 1, 2년 이라크에 주둔하면서 이라크 정권이 바뀔 경우 이란과 시리아 등 인접국에 심리적 영향을 줄 것이다. 물론 미 행정부 신자유주의자들의 꿈은 이라크가 중동 민주화의 모델이 되는 것이고, 인접국들의 악몽은 그 꿈이 강제로 실현되는 것이다. 그러나 중동 국민들은 안정지향 성향이 강하고, 미국은 지금까지 모든 노력을 이라크에 집중해 왔기 때문에 다른 나라를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따라서 자신들이 다음 목표가 될 것이라는 인접국들의 우려는 과장됐다고 본다. 현재 미국이 특정 국가를 다음 목표로 생각하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아프가니스탄 전쟁도 완전히 끝나지 않았고, 이라크 재건도 남아 있다. 또 미국 정부는 중동지역 안정을 위해 중동평화안을 강력하게 실행하기를 원하고 있다. 적어도 일정 시간 동안은 이를 달성하려 할 것이다.

▽김〓전쟁의 명분이었던 대량살상무기를 이라크가 갖고 있는가.

▽치프먼〓IISS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라크에 핵무기는 없다. 그러나 탄저균과 보툴리늄 톡신 등 생물무기를 다량 보유하고 있고 VX신경가스와 겨자가스 등 화학무기도 어느 정도 갖고 있는 것으로 본다.

▽김〓다음은 북한 핵 문제가 이슈가 될 것이다. 평화적인 해결이 가능하다고 보는가.

▽치프먼〓북한 문제는 외교적으로만 해결될 수 있다는 합의가 이뤄진 것 같다. 이라크 경우처럼 북한에 군사적 행동이 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 예상과 달리 이라크전쟁이 시작된 지난 3주 동안 북한의 특별한 행동이 전혀 없었다는 점은 흥미롭다. 북핵 문제는 강제적이지만 외교적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김〓‘강제적인 외교적 방법’이란 정확히 뭔가.

▽치프먼〓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확보와 유도미사일 거래가 세계 평화와 안보에 위협이라는 점이 강조돼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북한과의 외교협상을 진행하는 동시에 러시아 중국을 포함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결의안이나 의장 성명 형식으로 대량살상무기 확보의 불법성을 재확인하는 방안을 선호한다.

▽김〓북한에 대한 체제보장이나 경제원조도 가능할 것인가.

▽치프먼〓만약 북한이 진정으로 대량살상무기를 폐기한다면 불가침 보장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북한과 주요 협상당사자, 특히 미국 사이에 신뢰가 매우 결여돼 있다는 점이다.

▽김〓북한은 왜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려 하나.

▽치프먼〓체제 존속과 안보가 목적인 것으로 보인다. 다자간 접근을 할 경우 북한 정권은 대량살상무기 보유가 ‘안보 보장을 위한 자산’이 아님을 깨닫게 될 것이다.

▽김〓북핵 문제를 해결할 외교적 노력이 실패한다면….

▽치프먼〓매우 조심스럽게 북한이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하도록 접근해야 한다. 북한에 대한 고립정책이 심화되고, 경제원조는 줄고, 남북한 국경의 군사적 긴장이 심화될 것이다.

▽김〓김대중(金大中) 정부의 포용정책은 성과가 없었는데….

▽치프먼〓아직도 포용정책은 필요하다. 다만 포용정책은 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북한의 행동 변화가 수반돼야 한다.

정리〓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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