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석학자 신용구씨가 본 盧대통령의 언론관

  • 입력 2003년 4월 3일 19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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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구 박사
신용구 박사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취임 이후 언론을 향한 발언의 수위를 갈수록 높이고 있다.

안양 메트로병원 신경정신과 신용구 박사(41·사진)는 최근 대통령비서실 직원 워크숍(3월29일), 국정연설(4월2일) 등 노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서 발언한 내용을 자료로 해 언론에 대한 노 대통령의 심리를 분석했다. 신 박사는 저서 ‘콤플렉스로 역사 읽기’ ‘박정희 정신분석, 신화는 없다’ 등을 통해 역대 왕이나 정치지도자의 심리를 분석해 역사의 맥을 짚어왔다.》

“우리는 나쁜 언론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일부 언론의 시샘과 박해에서 우리 스스로를 방어해야 한다”(노 대통령 비서실 워크숍 발언) “몇몇 족벌언론은 김대중 대통령과 ‘국민의 정부’를 끊임없이 박해했고 나 또한 부당한 공격을 받아왔다”(국정연설)

노무현 대통령이 사회의 비주류로 오래도록 살아오면서 느낀 상대적 박탈감, 이에 따른 기존 질서에 대한 억압된 분노의 감정이 주류 언론으로 전이되고 투사된 것으로 분석된다. 2일 국회 국정연설을 마친 노 대통령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박해’라는 말은 부당한 권력 집단이 부당한 방법으로 약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억압하는 것을 일컫는다. 그러나 대통령제 국가에서 대통령이 스스로 언론의 박해를 당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피해의식의 일단을 드러낸다.

자수성가한 노 대통령은 재벌의 부당한 부의 세습을 비롯해 ‘무임승차’하는 현상을 일관되게 비판해 왔다.

‘족벌언론’ 언급도 이 같은 틀에서 이해된다. 대통령이 사회의 비주류로 오래도록 살아오면서 느낀 상대적 박탈감, 이에 따른 기존 질서에 대한 억압된 분노의 감정이 주류 언론으로 전이(轉移)되고 투사된 것으로 분석된다.

노 대통령이 “80년대 반독재 투쟁 당시 정부의 보도 통제에 따른 방송의 왜곡 보도에 화가 나 TV를 부수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도 있었다”(3월4일 KBS 창립 30주년 기념사)고 술회한 것으로 볼 때 대통령은 언론을 기존 정치 권력과 동일시하고 있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노 대통령은 또 비서실 직원 워크숍에서 “국민의 정부 5년간 언론이 끊임없이 정부를 핍박하고 방해했으며 그 결과 국민의 정부가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며 “참여정부가 이전보다 훨씬 어려운 여건에 놓여 있어 긴장의 고삐를 늦춰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 대목에서는 언론에 의한 거세 불안의 심리가 노 대통령을 지배하고 있음을 추정할 수 있다. ‘국민이 대통령’이라고 선언한 노 대통령으로서는 동일시의 대상으로 삼을 만한 인물(김대중 전 대통령)의 추락에서 받은 충격과 불안이 적지 않을 것이다.

상실에 대한 두려움은 ‘유기불안(遺棄不安)’ 심리에서 비롯된다. 권력이나 큰 부를 가진 사람일수록 이런 불안심리는 더욱 강하다. 언론에 대한 노 대통령의 피해의식은 현실로부터 거세될 가능성에 대한 무의식 속 유기불안심리와 연관되어 있을 듯하다.

인터넷의 익명성과 자유로움, 신속성과 감성적 측면은 불안 속에서 억압의 심리구조를 지닌 노 대통령에게는 아주 친숙한 느낌을 줄 수 있다. 인터넷에서는 코드 하나로 평등한 삶을 누릴 수 있다. 대결과 경쟁도 없다. 따라서 정신적 피로, 긴장, 무의식적 불안으로부터 해방된다는 점도 노 대통령에게 친숙하게 작용했을 것이다.

평등 속성을 가진 인터넷은 편안한 모성의 성격을 띠고 있는 반면 기존의 비판 언론은 남성적인 측면이 강하다.

노 대통령은 이러한 인터넷에서 심리적 안식을 느낄 수 있다. 또 사회의 비주류로서 늘 꿈을 꾸면서 살았고 그 꿈을 마침내 성취한 노 대통령으로서 인터넷 공간은 어떤 매체보다 자아 동질적이고 자아 동조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언론에 따라 차별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노 대통령의 언론관을 보면서 우려되는 것은 언론에 대한 적대감이 탄압으로 변질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신용구 박사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저널리즘의 본령을 되새겨보는 ‘저널리즘’면이 첫선을 보입니다. 엄격한 미디어 비평을 통해 정보의 내용과 소통체계의 문제점을 점검하고 국내외 미디어 소식을 심층 보도하는 ‘저널리즘’면은 격주로 금요일에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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