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공약 '동북아 중심국 건설계획' 논란

  • 입력 2003년 3월 31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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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핵심 대선공약이자 대통령 국정과제인 ‘동북아경제중심국가 건설’ 프로젝트가 중국 등 주변국들의 견제와 제동으로 위원회 출범도 하기전에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동북아중심국가 개념 논란=동북아중심국가 건설 프로젝트는 노 대통령이 후보시절 대선 공약으로 내걸면서 정치권에서 이슈화됐다. 노 대통령은 이 공약의 핵심내용으로 △한중일 에너지 개발 협력과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동북아개발은행 설립 등을 약속했다.

그러나 당초 순수한 경제적인 개념에서 출발한 이 프로젝트는 인수위 활동과정에서 정치적인 색채가 덧칠되면서 의미가 다소 변질되기 시작했다.


실제 2월6일 인천공항에서 열린 동북아중심국가 건설을 위한 국정토론회에서 노 대통령은 “동북아중심국가 건설이라는 모토는 단순히 경제적인 차원 이상의 것일 수 있다”며 “동북아시대 개막은 단순히 장사가 잘 되는 수준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지역질서를 주도하고 수평적으로 대등하게 참여하는 ‘주도의 역사’ ‘자주의 역사’를 만드는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등의 반발 배경=미국측은 노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동북아개발은행 설립이 구체화될 경우 자신들이 주도하는 세계은행 등의 영향력이 약화될 것으로 우려해 동북아협력체 건설 등에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동북아중심국을 자처하는 중국은 “중심국가라는 용어를 쓰면 주변국들의 오해를 살 수 있다”는 뜻을 비공식적으로 전달했다는 후문이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해 인수위 최종보고서에는 ‘동북아중심국가’가 아니라 ‘동북아경제중심국가’로 용어가 바뀌었다. 또 청와대측은 지난달 20일 열린 노 대통령의 경찰대학 졸업식 치사 내용 가운데 ‘동북아중심국가로 발돋움해야 한다’는 구절을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는 표현으로 대체하기도 했다.

▽곤혹스러운 청와대=청와대는 최근 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수석비서관 및 보좌관 회의에서 이정우(李廷雨) 정책실장이 보고한 ‘동북아경제중심국가 건설’ 추진위원회 구성 방안을 놓고 토론을 벌였으나 일부 참석자들이 ‘너무 패권주의적 냄새가 짙다’ ‘중국 일본 등 주변국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며 용어 및 개념 수정을 요구해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정우 정책실장은 30일 “인근 국가로부터 항의도 있고 해서 고심 중”이라면서 “몇 개의 대안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평화와 번영을 위한 동북아 건설 위원회’를 대안으로 거론하고 있으나 주변국들의 눈치를 보느라 굳이 명칭을 바꿀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다만 영어 표현은 ‘a northeast business hub’로 확정한 상태. 중심으로 번역되는 ‘center’ 대신 거점의 의미인 ‘hub’를 쓰는 동시에 ‘유일한 곳이 아니다’는 뜻에서 정관사(the) 대신 부정관사(a)를 썼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1일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명칭을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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