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내년하반기부터 실거래가 신고 의무화 추진

  • 입력 2003년 3월 31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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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내년 하반기부터 부동산거래계약서를 만들 때 실제 거래가로 적는 것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재는 부동산거래금액을 실거래가의 70∼90% 수준인 기준시가로 낮춰서 계약서에 기재하는 것이 관행처럼 인정돼 왔다.

건설교통부는 이 같은 내용으로 ‘공인중개업법’을 개정키로 방침을 정하고 최근 한국감정평가연구원에 연구용역을 주었다고 31일 밝혔다.

유윤호(柳潤浩) 건교부 토지국장은 “연구용역 결과를 9월 말까지 단계적으로 받아 이를 토대로 공인중개업법과 시행령, 시행규칙 등을 개정한 뒤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어떻게 할까〓건교부는 우선 부동산 거래 때 작성하는 계약서에 반드시 실거래가를 적도록 하고 이를 유도하기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찾기로 했다.

이와 관련, 계약서가 제대로 작성됐는지를 검인해주는 일선 시군구청 공무원에게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문제가 있으면 처벌할 수 있는 ‘사법경찰권’을 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또 실거래가로 신고함에 따라 크게 늘어날 세금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양도소득세 등 국세와 등록세 취득세 등과 같은 지방세의 세율을 어느 정도 낮추는 방안도 연구용역에 포함했다.

이 밖에 한국 부동산중개서비스 수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기 위해 △중개업소 대형화 △중개보조원 제도 개선 △중개사시험 제도 개선안 등을 마련하기로 했다.

유 국장은 “각각의 방안에 대해 구체적인 방법론을 찾으면 재정경제부와 행정자치부 법무부 등 관련 부처에 협조를 요청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왜 바꾸려 하나〓정부가 ‘부동산계약서 실거래 가로 작성 의무화’를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부동산 관련 세금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

정부는 지난해 아파트 등 공동주택 기준시가를 4월과 9월 2차례 발표했다. 세금 부담을 늘려 집값 급등을 막겠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기준시가 산정을 위해 실거래가를 조사한 시점과 기준시가를 발표하는 시점의 시간차 때문에 현실을 반영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실제 서울 송파구 잠실2단지아파트 13평형 기준시가는 9월 2억3100만원으로 고시됐다. 이는 직전 기준시가보다 22%(4200만원) 인상된 것이었다. 그러나 9월에 이 아파트의 매매가는 3억8000만원을 넘어서고 있었다. 새로 바뀐 기준시가가 시세의 60% 정도에 머문 것이다.

국세청 당국자는 “비슷한 부동산이라고 해도 거래가격이 제각각이어서 정확한 기준시가를 매긴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고, 너무 높게 가격을 평가하면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수 있어 적당한 선에서 절충해 부과한다”고 말했다.

▽선결 과제도 많다〓계약서 실거래가 기재가 의무화되면 부동산 가격 안정은 물론 다양한 주택 정책 마련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를 위해 선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노영훈(魯英勳) 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은 “그간 부동산 실거래가와 관련해 많은 논의가 있었고 검인계약서 등 등기부등본을 보완할 수 있는 각종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지만 효과는 크지 않았다”며 “무엇보다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이 성실하게 신고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세저항을 최소화하는 방안도 필요하다는 지적. 서울 강남구 A공인 관계자는 “성실히 신고한 사람들에게는 세율을 낮춰주는 등 유인책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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