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부조직 인플레' 막으려면

  • 입력 2003년 3월 25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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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 만에 각 부처가 너도나도 ‘몸집 키우기’에 나서고 있는 것은 과연 ‘효율적인 정부’가 이런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회의를 갖게 한다. 청와대의 93명 증원을 필두로 철도청 2000여명, 외교통상부 등 5개 부처가 1000여명을 늘리겠다고 하는 등 일부 부처의 증원 요청이 이미 3000명을 넘어섰고 남은 부처까지 합하면 1만명을 초과할 것이라고 하니 ‘효율=증원’이라는 등식이 생길 판이다.

‘정부조직 인플레’가 현실화하자 노무현 대통령은 “작은 정부가 아닌 효율적 정부를 지향한다고 해서 기구와 인원을 무턱대고 늘려서는 안 된다”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제대로 제동을 걸려면 정부조직의 효율성부터 정밀하게 진단해야 한다. 어느 부처의 어떤 업무에 얼마만큼의 인원이 필요한지, 늘려야 하면 몇 명을 증원하고 그럴 경우 다른 부처의 유관업무 인원은 얼마를 줄일 수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순서는 청와대의 조직 효율부터 진단하는 것이다. 사실상 청와대측이 조직구성원의 직위를 높이고 인원을 대폭 늘린 데서부터 정부 부처의 ‘조직 인플레’가 시작됐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내각에 실질적 권한을 넘겨 준다면서도 대통령비서실에 장차관급을 4명씩이나 늘려야 하는지 등 이제라도 업무 효율성을 재진단하고 문제가 있으면 과감히 시정해야 한다.

본란에서 이미 지적했듯이 장관 밑에 정책보좌관을 2, 3명씩 두겠다는 청와대측 방침도 재고되어야 한다. 정책보좌관제는 그 역기능에 대한 우려를 떠나 ‘효율적 정부’에도 맞지 않는 불필요한 조직확대의 소지가 높다.

행정 수요의 증가와 정부 기능의 분화로 공무원 증원이 필요하다 해도 그 규모는 최소화해야 한다. 정부 운영이 국민의 세금으로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작은 정부’는 여전히 강조되어야 한다. 정부 부처의 조직확대 요구는 그런 점에서 분명히 도(度)를 넘었다. 이를 제동하려면 청와대가 솔선수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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